야마무라 미사의 교토 부경 검시관 에나쓰 후유코 시리즈 첫 번째 단편집입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대체로 별로고, 주인공 에나쓰 후유코도 이런 류의 작품 속 등장인물의 전형을 전혀 탈피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의 작품은 추리적으로 괜찮습니다. 나름대로 사용된 트릭도 나쁘지 않고, 현장에서 특유의 관찰력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현장에서 느낀 후유카가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잘 짜여져 있는 덕분이에요.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상화도 여러 번 되었을 정도의 당대 인기작 중 하나로 읽어볼만은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괜찮았었던 작품에 대한 짤막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녀는 밀실에서 죽었다"
여중생이 밀실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열쇠는 책상 서랍 안에 들어 있었고요. 에어콘 배관을 빼기 위한 작은 구멍은 뚫려 있었지만, 너무 작아서 열쇠를 던져 서랍에 넣는건 무리로 보였지요. 하지만 범인은 속이 빈 빨래 장대를 구멍으로 집어 넣어 끝을 서랍에 위치시킨 뒤, 장대 안으로 열쇠를 넣어 떨어트렸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명확하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면, 구멍이 트릭에 사용된게 분명해서 기발한 트릭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Nervous Breakdown" 중 입학 에피소드처럼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고정시킨 뒤, 고리에 연결한 끈으로 열쇠를 미끄러 떨어트린 뒤 고리가 열로 다시 원형 복구하면 끈을 회수하는 트릭이었습니다.
오히려 트릭보다는 후유코의 관찰력을 선보이는 장면이 괜찮습니다. 빨래가 널린 방향이 사건 직후에는 반대라는걸 눈치채고 빨래 장대를 사용했다는걸 알아채는 장면입니다. 키가 큰 범인만이 빨래를 마당 쪽에서 널 수 있었으니까요.
"위장된 살인 현장"
전작처럼 후유코의 관찰력이 빚납니다. 식물의 성장 방향이 ‘최근까지 동쪽에서 빛이 들어왔다’는 흔적을 보존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범인이 사건 뒤 방의 구조를 바꿔 원래의 출입구나 사건 현장의 상태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때문입니다. 식물이 일종의 ‘과거의 방 배치를 기록한 증거’ 역할을 한 셈이지요.
"사라진 배우자"
기차에 치인듯한 여성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등장합니다. 검시 결과 살해당했다는게 밝혀지고, 그 여성이 이웃집 남편과 불륜 도피 중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그녀의 남편, 이웃집 부인, 불륜 대상인 남성 세 명이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범인인 이웃집 부인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빠칭코를 했고, 딴 구슬로 경품을 바꿨다는 증언의 오류를 찾아내 알리바이를 깨트리는 과정도 좋지만, 범인을 밝혀내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후유코의 관찰력, 눈썰미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열차에 끌려간 사람의 가방이 열리면서 내용물이 선로를 따라 흘러나온 것처럼 화장품이 군데군데 떨어졌는데, 처음에는 화장수, 그다음에는 파운데이션, 볼연지, 콤팩트, 아이라이너, 립스틱…… 이런 식으로 화장할 때의 순서대로 놓여 있었거든요. 이를 통해 후유코는 범인이 여자라는걸 직감합니다.
"목 없는 시체"
토막나서 목이 없는 사체가 발견되었고, 신분증 등의 유류품으로 피해자가 특정되었지만 알고보니 병원에서 빼돌린 사체 부위로 죽은 척 위장했다는 진상이 기발합니다. 과학 수사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고, 아무리 심각한 사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체 수습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당시 시대 상황에서나 가능했던 트릭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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