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시청 특수범죄수사과의 형사 우미카타 후사나리는 병원에 입원한 뒤, 구입한 미개봉 캔 음료에 다른 물질이 들어있다는걸 발견했다. 특범에 보고 후, 수사를 위해 부하 고미나토 신스케까지 정신병 환자로 위장시켜 병원에 잠입시킨 우미카타는 자신을 세계은행 총재라고 믿는 모모타, 이상 행동을 일삼는 모로하시, 노출증 환자 라쿠, 어린 거식증 환자 산고 등 개성 강한 환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강한 쓴맛을 내는 약물 PTC가 아무도 손댈 수 없었던 물에 섞이는 불가사의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지만, 병원에 과거 원장이 전쟁 중 개발한 맹독 리자드톡신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산고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데…….
천재 명탐정이면서 한없이 게으르고,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면서도 온갖 잡지식과 아첨에 능한 우미카타의 독특한 매력은 여전합니다. 기묘한 괴짜들이 넘쳐나는 정신병원이 무대인데, 그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줄 정도로요.
아와사카 쓰마오의 정통 본격 추리소설답게 불가능 범죄도 등장하며, 트릭도 깔끔합니다. 핵심 수수께끼는 PTC와 리자드톡신을 몰래 먹인 방법인데, PTC 사건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201호실: 마돈나와 아담이 먼저 물을 마셨을 때는 괜찮았지만, 뒤이어 우미카타가 마시자 심한 쓴맛이 났다.
- 국제회의 보고회: 식당에서 가져온 보온병 속 물을 모로하시가 먼저 마셨을 때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뒤이어 같은 물을 마신 총재는 쓴맛을 느꼈다.
- 병원 식당: 모모코가 물병에서 직접 따라 가져온 세 컵 가운데 산고가 마신 물에서만 PTC가 발견되었는데, 물을 따른 뒤 산고가 마실 때까지 약을 넣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는 모두 산고의 장난이었는데, 우연이 겹쳐 불가능 상황이 되었다는게 진상입니다. 201호실에서는 산고가 미리 물에 PTC를 넣었지만, 마돈나는 미맹이었고 아담은 구강청량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미각이 마비되어 쓴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국제회의에서도 산고가 물병에 미리 PTC를 넣었지만, 이를 먼저 마셨던 모로하시가 꾀병이 들킬까봐 일부러 쓴맛을 참았고요. 식당에서는 마지막에 물을 마신 산고가 평범한 물을 마신 뒤 손수건으로 입을 닦는 척하며 숨겨 둔 PTC를 자기 컵에 넣었던 겁니다.
산고가 독 리자드톡신이 든 우유를 마시고 죽은 사건에서, 우유에 손대지 않고 독을 넣은 트릭도 볼만합니다. 범인은 마찬가지로 산고였습니다. 산고는 새어머니 모모코를 살해하기 위해 소리 센서 인형 ‘이즈와 폰’을 이용해서 아래와 같이 원격 독살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 개 인형 ‘폰’의 입속에 리자드톡신 캡슐을 넣어 두고, 인형 앞 독서대에는 책을 펼쳐 비스듬한 경사로를 만들었다. 그 아래에 우유 컵을 놓았다. 큰 소리가 나면 인형이 작동하면서 폰이 입을 벌리고 뛰어오르고, 그 순간 캡슐이 입에서 튀어나와 펼쳐진 책 위를 굴러 내려가 우유 컵에 떨어진다.
산고는 방 밖에서 모델건을 쏴서 장치를 작동시킬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은 우유에 접근하지 않은 채 모모코를 독살할 생각으로요. 그러나 한밤중 모로하시가 가방을 떨어뜨린 소리에 장치가 예정보다 먼저 작동했고, 이를 몰랐던 산고가 범행을 단념했지만 이미 독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고 죽었던게 진상입니다.
이러한 핵심 수수께끼 외에도, 병원에 출몰한 눈이 빛나는 유령의 정체에 대한 추리, 모지하라 병원 입원 환자들이 모두 꾀병이라는 추리, 라쿠가 남긴 수식을 풀어내는 추리 등 자잘한 추리들 모두 볼만합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그 어떤 것도 넣을 수 없는 밀봉된 캔에 다른 내용물을 넣은 트릭' 역시 간단하지만 현실적이라서 마음에 들고요.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전개가 많이 어설픕니다. 아무리 정신병원 안에서 피해자가 꾸민 일이 잘못되어 스스로 죽게 된 사건이라 해도, 현직 경찰이 두 명이나 잠입해 있는데 이를 일반 변사 사건으로 무마한다는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산고의 죽음이야 모두의 행복(?)을 위해 그렇다 쳐도, 사사키 의사가 하야사키 씨에게 리자드톡신을 먹인 건 엄연한 범죄 행위로 보입니다. 이것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덮고 넘어가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병원에서는 해고했어야 합니다.
우미카타의 여성과 음식에 대한 집착도 지나칩니다. 괴짜 탐정이라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부분만큼은 정도가 심해서 볼썽사납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볼만했던 후속작입니다. 억지스러운 설정은 분명 있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많고, 불가능 범죄의 트릭도 깔끔해서 추리적으로 볼 만하니까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일본에서의 인기와 유명세도 그리 높지 않아서 우리나라에 소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혹시라도 소개된다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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