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는 표제작을 포함한 다섯 편이 수록된 중, 단편집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싹하게 펼쳐지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라고 소개되어 있길래 읽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은 한 편도 없었습니다. 부분적으로 마음에 드는 묘사와 설정은 있었지만 책 소개가 약속한 재미를 어느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만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작품별 간단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눈의 아이"
초등학교 시절 소꿉친구 유키코를 죽인 화자 '나'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적인 회상 속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묵직함, 친구 스기지도 '나'의 범행을 눈치채고 있다는 마지막 장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지나치게 소소합니다. 게다가 유키코의 유령을 '나'만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결정적인 단서처럼 다루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령이 나타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정상적인 '나'는 이십 년 전에 죽었다는 마무리도 이야기의 결론으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장난감"
소소한 유산 문제가 이상한 소문으로 번지고, 죽은 할아버지가 유령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추억 한 토막을 듣는 느낌인데, 유령 이야기치고 무섭지도 않고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유령이 남을 해코지하지도 않고, 숨겨진 과거가 밝혀지지도 않는 탓입니다. 한마디로 드라마가 없어요.
"지요코"
인형 탈의 눈으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무언가로 보인다는 일상 판타지입니다. 소중히 여긴 물건이 없는 사람은 지켜주는 존재 없이 이상한 것에 씌어 있다는 설정은 괜찮아요. 추억이 누군가를 지켜줄 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설정이 아주 새롭지는 않고, 이를 넘어서는 드라마도 부족했습니다. 대프니 뒤 모리에의 "푸른 렌즈" 정도의 이야기는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돌베개"
기자 이시자키가 중학생 딸 아사코와 남자친구 가야노의 조사를 토대로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범죄물입니다. 피해자 아유미의 행실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진상, 그리고 이시자키의 추억을 현재에 겹치는 묘사는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고전 이야기인 "돌베개"를 사건에 빗대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정작 진상이 밝혀지는게 아유미 사건이 아니라 별개의 나카노 여자 단대생 살인 사건이라는건 당황스러웠던 부분입니다. 나카노 사건에 대해 짧은 설명이 스쳐 지나가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사건 해결도 다쿠미의 자백에 의존해 추리의 재미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다쿠미가 왜 유령 이야기를 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유령을 본 건지, 죄책감의 표현인건지...
"성흔"
자신을 학대하고 끝내 죽이려 했던 친모와 계부를 살해한 소년 A 가즈미가 폭력 피해자들의 영웅으로 부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센카와의 홍보 활동은 치밀하고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가즈미가 신의 계시를 받아 자살한 뒤 진짜 신이 되고, '철퇴의 유다'인 센카와가 예언자가 된다는 결말이 너무 황당해서 이게 뭔가 싶네요. 피해자들의 분노와 구원받고 싶은 마음이 홍보를 통해 일종의 신앙으로 변할 수는 있습니다. 가즈미가 죽으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굳어지고, 센카와는 그의 뜻을 해석하는 권위를 독점하게 된다는 것도 말은 되고요. 그래도 현실적이던 전개가 갑자기 신과 계시로 넘어가는 결말까지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멀리 나갔어요. 설정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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