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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4

장국의 알타이르 1~27 -- 카토 코토노: 별점 2.5점

루메리아 대륙의 상업 국가 투르키에는 13인의 장군들에 의해 통치되는 '장국'이다. 17세의 나이로 장군에 오른 마흐무트는 12년 전, 빌트리안 제국과의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던 경험 때문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륙의 패권을 노리는 발트라인 제국은 결국 전쟁을 일으켰고, 마흐무트는 주변국들과 '반제 동맹'을 결성하여 이에 맞섰다. 

초전, 카리르 장군의 대패에도 불구하고 마흐무트는 제국 육군을 패퇴시켰고, 독약의 자가노스 장군이 이끄는 동맹군이 제국의 수도 성 미하엘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국의 여장군 레레데릭이 일으킨 군대가 반대로 투르키에의 수도인 금색 도시를 향해 진격했고, 양측의 수도를 둘러싼 마지막 공방전이 벌어지는데...

총 27권으로 완결된 장편 만화입니다. 가상의 대륙을 무대로 투르키에 장국의 젊은 장군 마흐무트가 발트라인 제국의 팽창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정치와 외교, 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거의 15년 전에 1권을 접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간 읽지 않고 있다가 모처럼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를 연상시키는 투르키에 장국의 장군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역사를 모방한 가상 역사물은 적지 않지만,  오스만 제국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기했어요. 

그리고 거대한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하 서사물로 볼 수 있습니다. 등장하는 국가와 인물도 많고, 외교적 이해관계와 전쟁 양상도 제법 복잡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7권이라는 적당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분량을 늘리거나 마무리에 실패하는 작품도 적지 않은데, 적어도 이 작품은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깔끔한 편이에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전투 묘사입니다. 주요 전투마다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비교적 명확하고, 특별한 기술과 신무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4장국의 반란군을 상대로 벌인 전투입니다. 마흐무트는 압도적인 병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동궁(총)'이라는 신무기였습니다. 발트라인 제국의 수도를 방어하는 철벽의 성, 성 미하엘 공략에서도 거대한 대포인 '경고의 종'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요. 중해에서 펼쳐지는 해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베네딕크 함대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 만든 기동성 높은 갤리선과 꺼지지 않는 불인 '포이니크스의 등' 덕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무기와 기술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단순히 무기의 위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전투 상황과 지형, 병력의 특성을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4장국의 반란을 진압할 때 마흐무트가 나뭇가지를 이용했던 전략이나, 발트라인 제국의 피노 장군이 투르키에 장국의 카리르 장군을 섬멸할 때 펼쳤던 매복과 포위 방진이 좋은 예입니다. 무르물로 분지에서 벌어진 전투의 기병대 운용도 인상적이고, 제국 남령군을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기마 추격전 역시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해안선을 달리는 장면은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술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전투의 구성과 비교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외교와 전략은 의외로 허술한 편입니다. 우선 마흐무트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에 뛰어드는 전개는 억지입니다. 밀짚을 비롯한 상품의 교역으로 국가 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 탓입니다. 물론 무역을 통해 국가 간 분쟁을 막는 전략은 현실에서도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게 석유같은 거라면 모를까 짚단 정도로 전쟁을 막는다는건 말도 안되지요. 게다가 어차피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서 이러한 무역 이야기는 분량 낭비에 불과합니다.

마흐무트의 성공이 지나치게 운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위기에 처하거나 무언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마침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나 물건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우라도 왕국의 비료처럼요. 이런 방식으로 위기를 해결하다 보니 천재라는 마흐무트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점도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인물은 자신이 소속된 국가나 조직에 무한한 충성심을 보이며,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뿐 배신이나 개인적인 야심은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물론 군인이라면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국가의 운명이 걸린 전쟁과 권력 투쟁을 다루는 작품에서 거의 모든 인물이 이토록 단순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부족하다 보니 정치극으로서의 깊이도 떨어지고요. 

인물의 기본적인 설정 역시 전형적입니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천재 마흐무트부터 시작해서, 주변 인물들 역시 익숙한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국가 관계에 비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 방식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대하 서사물인데도 불구하고 군웅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전투에서 적의 지휘관을 제거하는 전략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휘관을 잃은 군대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고, 지휘관 제거를 노리는 작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대장만 죽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도박수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전투의 규모와 양상이 달라져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정교한 전략보다는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모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이런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마지막 전쟁은 투르키에 장국의 자가노스 장군이 발트라인 제국의 수도 성 미하엘을 먼저 함락시키느냐, 아니면 레레데릭이 장국의 금색 도시를 먼저 점령하느냐의 시간 싸움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 경쟁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레레데릭이 금색 도시를 함락시킨다고 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레레데릭의 군대는 이미 투르키에 장국의 한복판까지 깊숙이 진격해 있습니다. 주변 동맹국들의 군대가 규합되어 포위망을 형성한다면 장기간 버티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무엇보다도 병력을 보충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치명적입니다. 포에니 전쟁 당시 이탈리아 깊숙이 진격해 여러 차례 로마군을 격파했지만 결국 전쟁 자체를 끝내지는 못했던 한니발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적국의 수도를 점령하는 것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의 최종 승리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자가노스가 공격하는 성 미하엘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발트라인 제국은 이미 주요 영지를 모두 잃었고, 수도는 외부와의 통로도 거의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성 미하엘의 함락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두 전선의 전략적 상황이 이토록 다른데도 마치 어느 쪽이 먼저 상대의 수도를 점령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제국 황제의 항복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입니다. 성 미하엘에는 여전히 7만여 명의 상비군이 남아 있는데도 황제는 전면 항복을 선택합니다. 물론 수도가 고립되고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제국이 멸망하면 황제 자신도 목숨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남은 병력을 총동원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그 정도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결전을 시도할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대장군까지 직접 전선에 나서 레레데릭과 맞서 싸우는 투르키에 장국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제국 황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제국의 항복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족에 가깝습니다. 투르키에 장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후의 정세가 제시되지만, 전쟁이 끝난 뒤라 긴장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새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별다른 흥미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작품의 주된 갈등이 해소된 시점에서 굳이 이만큼의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국의 알타이르"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전쟁의 전체적인 흐름과 외교적 전략에는 허점이 많고 인물 묘사도 단순하지만, 개별 전투만큼은 상당히 공들여 구성했습니다. 실제 역사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배경으로 신무기, 기발한 전술, 대규모 회전과 공성전, 해전 등을 두루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이야기를 27권으로 마무리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치밀한 정치극이나 깊이 있는 인물 묘사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다양한 무기와 전략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중세 전쟁 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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