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
대학 신입생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추리 소설 연구회 멤버들과 같이 여름 방학 캠핑에 나섰다. 때마침 같은 캠핑장을 이용하게 된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캠핑장이 위치한 야부키 산이 갑작스럽게 분화를 시작했다. 일찌감치 이유를 알 수 없는 메모를 남기고 하산한다고 사라진 사유리를 제외하고 고립된 그들에게 매일 밤 한명씩 사라지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구조를 기다림에 지친 그들은 하산을 감행하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신본격 1세대 작가로 유명하죠.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뷰작으로 국내에서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품의 첫 출간이기도 하고, 원서로 몇번 접해보았을때 꽤 괜찮았던 기억으로 구입해서 읽은 작품입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읽은 작품 두개가 모두 아리스와 관련되어 있네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 나선계단의 "아리스")
일단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됩니다. 클로즈드 써클(닫힌 공간) 퍼즐 미스테리치고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각각 개성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점도 좋고, 살인 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건들이 흥미진진해서 한번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단편 시리즈는 히무로-아리스 컴비가 등장하는 시리즈였는데, 이 작품은 이른바 "학생 아리스" 시리즈라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리스는 화자이며 탐정역할은 추리 소설 연구회 대선배인 에가미 지로가 맡고 있는데, 히무로와 에가미가 같이 등장하는 크로스 오버 작품도 왠지 기대가 되네요.
그러나 솔직히 본격물로서, 추리물로서의 점수는 주기 힘듭니다. "동기" 측면에서의 설득력이 약한 탓입니다. 캠프장에서 처음 만나 단 이틀을 같이 보낸 정도로 살의를 품게 된다? 솔직히 억지입니다. 게다가 우발적 범행도 아니고, 범인이 그런대로 머리를 써 가며 범행을 저지른것 치고는 살해 방법 자체도 말이 안됩니다.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 재해를 이용하여 사고로 위장하면 되었을텐데, 용의자가 한정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무엇보다도 가장 결정적인 단서인 다이잉 메시지 "Y"에 대한 설명이 완전 별로였습니다. 일본적인 트릭이기도 하지만, 작위적이기도 하고 등장해야 하는 당위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숲길을 걷기 위해 사용한 성냥에 관련된 트릭은 무척 깔끔하고 괜찮았는데, 다이잉메시지 때문에 전체적인 추리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 버리고 말았네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여년전의 작품인데다가 작가의 데뷰작이기도 하고, 작가의 대표작도 아닌 만큼 큰 기대는 접어야겠지만 완성도면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추리소설 매니아 (그것도 엘러리 퀸의)가 쓴 습작 느낌이 강하달까요? 작품 후기를 보니 고등학교 때 이미 완성한 작품을 서너번 고쳐서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출판, 데뷰하게 된 작품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저런 경로에서 탈락할 만 하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의 대표작인 "쌍두의 악마"가 출간된다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 작품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처음 접할 국내 독자는 실망이 더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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