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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위고 카브레 1,2 - 브라이언 셀즈닉 / 이은정 : 별점 3점

위고 카브레 2 - 6점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꿈소담이

고아 위고 카브레는 번잡한 파리의 기차역에 살고 있다. 위고의 고단한 삶의 목적은 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남긴 자동 인형 수리를 마치는 것. 그래서 위고는 행방불명된 삼촌의 시계지기 일을 대행하고 때때로 도둑질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와중에 책을 좋아하는 소녀 이사벨과 기차역에서 장남감 가게를 하는 괴팍한 할아버지와 복잡하게 얽히게 된 위고는 이사벨의 도움으로 마침내 자동인형을 복구하는데 성공한다. 자동인형을 동작시키자 인형은 곧바로 수수께끼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일종의 그림책입니다. 2008년도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이네요. 조금 조사해 봤더니 칼데콧 상은 가장 뛰어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는군요. 제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쟝르에 혹해있기도 하고 작품의 소개글이 너무 근사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구입해 읽어본 책입니다. 책 내용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디테일한 연필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읽고난 감상은 뭐랄까.. 좀 속은 느낌입니다. 1권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2권에서 너무 쉽게쉽게, 엄청난 해피엔딩으로 풀어버리는 바람에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너무 뻔해지거든요. 동화에서 너무 큰 걸 기대한 제가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1권은 정말 굉장히 좋았기에 2권의 결말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게다가 별 내용도 없는데 하드커버 양장본 1,2권으로 나온 형태는 용서가 안됩니다. 원서는 한권이던데 말이죠. 국내 종이질이 더 후진가?

어쨌건 저에게는 내용보다는 그림 쪽이 훨~씬 가치가 많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돈이 아깝기도 하네요. 그래도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실제 영화계의 선구자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팩션적 요소와 더불어 꿈(?)과 희망(?)을 전해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로서 부족함은 없습니다. 애니메이션같은 연출을 보여주는 그림도 굉장히 좋고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보기에는 많이 유치했기에 마케팅을 좀 잘못한거 같긴 한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그래서 무난하게 3점 줍니다. 제가 나이가 들은게 잘못이지 책 자체는 괜찮았으니까요.
 
아울러 영화화가 계획되어 있다고 책 띠지에서 광고는 하고 있는데 최근 어떻게 구현될지 좀 궁금해지는군요. 영화로 만들기에는 스케일이 많이 딸려보이거든요. 뭐 대단한 액션이나 효과가 있는 것두 아니고.... 차라리 브라이언 셀즈닉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좋겠습니다.

2016/08/22

일러스트 칵테일북 - 오 스툴 / 황소영 : 별점 3점

일러스트 칵테일북 - 6점 오 스툴 지음, 황소영 옮김, 엘리자베스 그레이버 그림/봄엔

제목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저자는 실제 바를 운영했던 전문 칼럼리스트로, 58종의 칵테일에 대해 유래 및 간략한 관련 에피소드, 레시피일러스트와 함께 전해 줍니다. 7편의 짤막한 칼럼도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160페이지 정도 분량에 페이지 디자인도 일러스트가 많이 좌우하고 있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닙니다. 짧지만 그만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책의 독자를 '홈 바텐더'와 '아마추어'에게 맞추고 있어서 레시피, 도구 등에 대해 쏠쏠한 정보가 많은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에 바 용품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칼럼이 대표적입니다. 웨딩 파티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도 마찬가지에요. 버번 & 사과 주스, 데킬라 & 사과 주스 등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조합으로 만드는 칵테일을 소개해 주거든요. 그 외의 레시피들 모두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팁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저자가 추천하는 칵테일은 '네그로니'입니다. 맛있고 간단하기 때문으로 진, 스위트 베르무스, 캄파리를 동량으로 섞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이러한 정보와 레시피 외에도 애주가들, 그리고 만화 "바텐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도 제법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김렛'이 사람 이름이었다거나, 제임스 본드의 유명한 마티니 주문 방법은 엉터리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열"에서야 비로소 '베스퍼'라는 진짜 칵테일이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빌 맥코이라는 주류 밀매업자가 금주 시대에 진품만을 취급하여 좋은 평판을 쌓은 뒤 '리얼 맥코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리얼 맥코이"라는 20년도 더 된 킴 베이싱어 주연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아울러 엘리자베스 그레이버의 일러스트도 뛰어난 수준으로, 제목에 혹하기는 했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멋진 그림들입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과하다 싶은 가격, 그리고 제본이 유선(?)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펼쳐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나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 스타일로 제본하고 보다 저렴하게 출간하는게 나았을 거에요 일러스트 칵테일북 -  오 스툴 지음, 황소영 옮김, 엘리자베스 그레이버 그림/봄엔

제목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저자는 실제 바를 운영했던 술 전문 칼럼리스트로, 58종의 칵테일에 대해 유래 및 간략한 관련 에피소드, 레시피를 일러스트와 함께 전해 줍니다. 7편의 짤막한 칼럼도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160페이지 정도 분량에 페이지 디자인도 일러스트가 많이 좌우하고 있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닙니다. 짧지만 그만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책의 독자를 '홈 바텐더'와 '아마추어'에게 맞추고 있어서 레시피, 도구 등에 대해 쏠쏠한 정보가 많은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에 바 용품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칼럼이 대표적입니다. 웨딩 파티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도 마찬가지에요. 버번 & 사과 주스, 데킬라 & 사과 주스 등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조합으로 만드는 칵테일을 소개해 주거든요. 그 외의 레시피들 모두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팁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저자가 추천하는 칵테일은 '네그로니'입니다. 맛있고 간단하기 때문으로 진, 스위트 베르무스, 캄파리를 동량으로 섞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이러한 정보와 레시피 외에도 애주가들, 그리고 만화 "바텐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도 제법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김렛'이 사람 이름이었다거나, 제임스 본드의 유명한 마티니 주문 방법은 엉터리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열"에서야 비로소 '베스퍼'라는 진짜 칵테일이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빌 맥코이라는 주류 밀매업자가 금주 시대에 진품만을 취급하여 좋은 평판을 쌓은 뒤 '리얼 맥코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리얼 맥코이"라는 20년도 더 된 킴 베이싱어 주연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아울러 엘리자베스 그레이버의 일러스트도 뛰어난 수준으로, 제목에 혹하기는 했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멋진 그림들입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과하다 싶은 가격, 그리고 제본이 유선(?)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펼쳐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나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 스타일로 제본하고 보다 저렴하게 출간하는게 나았을 거에요. 비슷한 스타일의 시리즈로 묶어서 말이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구입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기는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애주가이자 독서가인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런 책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이 책에 실린 대로 대충대충 제 맘대로의 '진 토닉'이나 한 잔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2026/07/17

소소한 미식 생활 - 이다 치아키 / 장하린 : 별점 3점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장르입니다. 관심이 가는 책은 꾸준히 구입했고, 지금도 유심히 찾아보고 있는 장르이지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이 책도 이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장르는 '단편 에세이 만화'이지만, 수록된 그림이 워낙 뛰어난 덕분입니다.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붓 터치와 풍부한 색감으로 그려낸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식기와 주방용품, 집 안의 소품들까지 하나의 일러스트처럼 정성스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가 않네요.

요리와 음식, 식기와 생활 소품, 그리고 집에서 보내는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특별한 사건 없는 잔잔함도 매력적입니다. 또 음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 만화는 많이 봤지만, 식기와 식탁이나 생활 소품을 이렇게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은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각각의 물건에 담긴 고민과 추억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잘 드러나고요. 정말 요리와 음식,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어느 작가가 젓가락 받침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요? 휴일에 집에서 여유롭게 하이볼 한 잔을 즐기는 모습은 공감이 팍팍 갔습니다.

반면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에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요. 그러나 책의 성격 상 e-book으로 출간되는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확대해가면서 그림들 디테일을 더 잘 보고 싶거든요. 너무 작게 인쇄된 글자들을 읽기도 힘들고요.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잔잔한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e-book으로 출간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2022/05/28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자오광차오, 마젠충 / 이명화 : 별점 2.5점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 6점
자오광차오.마젠충 지음, 이명화 옮김, 한동수 감수/다빈치

제목만 보면 중국 건축에 대한 미시사, 건축사 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건축의 기초가 되는 석재, 벽 등을 만드는 흙, 기둥과 지붕을 받치는 나무, 사람이 집을 짓는 타와 그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여백이 많은 그림과 글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채지충의 그림이 떠오르는 가벼운 선 중심인데, 디테일을 알려주는 부분은 정교하고 컬러도 깔끔하면서 동양적으로 채색되어 있어서 하나하나가 빼어난 일러스트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덕분입니다. 

아래의 백석 난간에 대한 설명처럼 그림으로 건축 구조를 설명해주는 도감같은 구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의 완성도도 높은걸 보면 저자의 도감식 구성 작품을 한 번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중국 건축물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고, '작업노트'라는, 재미와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 뒷부분에 30여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수록된건 감점 요소입니다. 가격에 비하면 17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선뜻 권해드리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여백이 많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장르를 좋아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5/10/18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다이나 프라이드 / 박대진 : 별점 2점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4점 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과거 제 블로그에 "추리소설과 요리"에 대한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단 비공개 상태로 바꾸어 두었는데,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궁금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위에 연결된 인터넷 서점 책 소개 페이지에서 보이는 샘플들 그대로, 소설에 등장한 요리를 재현하여 해당 문장과 사진을 배치한 것에 불과한 탓입니다.

물론 사진은 예쁘게 잘 찍혔습니다. 재현도도 높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혹은 있어 보이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아주 괜찮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학교에 재학 중이던 저자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업이라서 요리와 사진, 즉 보이는 비주얼에 공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원전인 책에 대한 비중이 낮을 뿐더러, 소개된 요리들도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읽어보았던 작품 속의 해당 음식을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지도 않는 소품에 지나지 않거든요. 그나마 몇몇 아동용 소설과 동화 속 요리들, 그리고 "변신"에서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강하게 드러내는 썩은 음식 정도만이 작품과 연결고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50개나 되는 꼭지 중 고작 이 정도라면 많이 부족합니다. 요리도 그냥 재현일 뿐, 요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나 레시피조차 실려 있지 않고요.

한마디로 저자가 문학과 요리, 양쪽 모두 잘 모르고 그냥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물입니다. 문학 작품 속 요리를 재현한다는 거창한 목표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최소한 요리가 주가 되는 작품을 찾는 노력이라도 했어야지요. 추리소설이라면 "요리사가 너무 많다", 영화라면 "바베트의 만찬"같은 식으로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알맹이는 사진 외에는 찾기 어려습니다. 독자가 아니라 작가의 자기 만족을 위한 결과물에 불과해요. 예쁘기는 하나 건질 것 없고 얄팍한 내용과 만 원이 넘는 가격을 고려한다면, 음식·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굳이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소개되는 요리는 훨씬 적지만 원전과 요리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주는 "라블레의 아이들"이 훨씬 제 취향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예전에 한두 개씩 쓰던 "추리소설과 요리" 관련 글도 뭔가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기는 하네요.

2019/05/26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채드 파크힐, 앨리스 오 / 성중용 : 별점 2점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4점
채드 파크힐 지음, 앨리스 오 그림, 성중용 옮김/아카데미북

제목처럼 80개의 세계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칵테일의 유래와 대표 레시피를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무려 80개나 되는 칵테일이 소개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리시 커피'는 아일랜드 서쪽 포이니스가 교통 요지였는데, 1943년 당시 이곳을 방문하는 부유층을 위해(당시 공항 이용 여행객은 부자였으므로) 제공되던 칵테일이었다고 하네요. 공항이 추워서 몸을 데우라는 의미로 뜨거운 커피에 약간의 아이리시 커피를 넣은게 원래 레시피고요.
'트웬티스 센츄리'는 진과 레몬 주스, 아페르티프 와인과 초콜릿 리큐어의 혼합물로 극진한 서비스로 유명했던 철도 회사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에서 이름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은 이른바 '레드 카펫'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정도로 고급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군요. 지금 우리나라로 따지면 '호텔 신라' 라는 칵테일을 만든 셈이겠지요.

그리고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들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칵테일은 비교적 현대적인 음료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요. 예를 들어 '다이키리'는 헤밍웨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19세기 후반에 쿠바 산티아고 외곽 다이키리 마을에서 시작되었다던가, 피시 하우스 펀치는 조지 워싱턴이 18세기에 이미 마셔보았던 오래된 술이라는 등이 그러합니다.

집에서 쉽게 만듬직한 레시피도 눈에 띕니다. '키르'는 책에서도 간단하기 그지 없다는, 단 2가지 재료만 필요한 칵테일입니다. 추가 얼음이나 가니쉬도 필요없고요. 그러나 매우 세련되고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을 풍기며, 파리의 카페 테라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니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화이트 와인 150ml에 크림 드 카시스 30ml를 와인 글라스에 넣고 조금만 저으면 된다니까요!
처음 보는 독특한 스피리츠들을 사용하는 칵테일들도 몇 개 있습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증류주 카샤사, 볼리비아의 특산주로 숙성하지 않은 투명한 포도 증류주라는 싱가니, 노르웨이의 린냐케비트, 폴란드 보드카 즈브로카가 그러한데 이들로 만든 칵테일들 모두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 술이 많은건지, 진심으로 기쁘군요.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퀄리티,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글이 이상하게 읽기가 힘든 탓이 큽니다. 칵테일의 유래 등 에피소드를 소개하기에는 딱딱한 문체가 와 닿지 않고, 전문가적인 영역으로 보자면 딱히 깊이도 없어요.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을 넣으려고 압축한 탓인지,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듯 싶은데, 이럴 바에야 실제 여행하면서 맛본 칵테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또 80개의 지역 대표 칵테일이 무슨 기준인지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말로 책 기획 컨셉에 맞는 칵테일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고작해야 싱가폴 래플스 호텔하면 떠오르는 싱가폴 슬링 정도? 그 외에는 특정 지역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시도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정도를 기대했고, 그 기대에는 값하지만 아주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림보다는 글 쪽 문제가 커요.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5/07/20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 - 오타가키 세이코 / 민성원 : 별점 2.5점

만화가 오타가키 세이코가 도쿄 시내뿐 아니라 요코하마, 하코네, 유가와라, 사이타마 등 도쿄 근교를 포함한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직접 방문한 뒤, 그 경험을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저자의 시선과 감상이 담긴 일러스트가 좋아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느낌을 전해 줍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드리자면, 도쿄 국립박물관은 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기억이 나서 반가왔습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다이얼식 전화기나 모자이크 타일 벽 같은 세세한 디테일이 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덕분에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은 파울 클레를 비롯해 히가시야마 가이이 같은 일본 국민 화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고요.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열렸던 동서양의 교류를 주제로 한 기획전 소개도 좋았습니다. 판화가 하세가와 기요시, 설치미술가 스가 기시오, 그리고 달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당시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스미다구의 호쿠사이 미술관에서는 '가나가와오키의 큰 파도' 같은 대표작을 상설 전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도쿄 근교 하코네에 위치한 랄리크 미술관은 아르누보 유리공예의 대가 르네 랄리크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공간으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 진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팬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질 만한 장소입니다.
사이타마 국립 현대 미술관의 의자 컬렉션도 흥미로운데, 전시된 의자에 직접 앉아볼 수 있다는 점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입니다. 입장료가 단돈 200엔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성비 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곳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뮤지엄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을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사쿠라 조소관은 '동양의 로댕'이라 불리는 아사쿠라 후미오가 설계한 공간으로, 붉은 마노를 갈아 벽에 바르고, 외벽에는 전복 껍질을 가루 내어 덧칠했다는 설명만으로도 그 정성과 고집이 전해집니다. 단게 겐조의 작품이라는 요코하마 미술관, 유서깊은 료칸을 개축했다는 유가와라 미술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국립신미술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했다는 국립서양미술관 역시 건축물만 보아도 좋을 것 같고요. 특히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본의 유명했던 미술품 수집가 마쓰카타가 수집했던 컬렉션 중심인데 밀레, 마네, 모네, 고흐 등 유명 작가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있다니 빼 놓기 어렵지요. 이 정도 전시품에 입장료 500엔은 너무 싼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간단한 주위 소개도 볼거리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 현대미술관이 있는 기요스미시라카와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동네라고 합니다. 미술 감상과 함께 거리 산책, 카페 탐방까지 더해진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입니다.

컵 누들 뮤지엄이나 에비스 맥주 기념관 같은 공간들도 저자 특유의 호기심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집니다. 특히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 누들 뮤지엄은 음식에 대한 책을 발간한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서 더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네요. 마침 관련 책도 읽어본 적이 있고요. 에비스 맥주 기념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곳인데, 또 가 보고 싶어집니다.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처럼 기차역 안에 위치한 미술관도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왔고요.

이렇게 저자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면, 책 속의 여러 미술관을 메모해 두고 언젠가 직접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책의 상당수가 기획전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미 끝났을 전시에 대한 내용은 독자 입장에서 실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설 전시나 소장품 중심의 소개가 더 많았더라면, 아니면 뮤지엄 주변의 관광 정보가 더 곁들여지는게 보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박물관들을 지역별로 묶어서 지도와 함께 코스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더라면 여행자에게 훨씬 더 유익했을 텐데, 저자 주관적인 구성으로 묶여 있는 탓에 실용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흥미도를 찾기 어려운는 뮤지엄들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담배와 소금 박물관, 도라상 기념관 등은 개성은 있으나, 일부 독자에게는 굳이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공간일 수 밖에 없지요. 또 모든 주석을 책 뒷부분 미주 형식으로 처리한 것도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본문 하단에 각주를 바로 넣는 방식이었으면 훨씬 읽기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 또는 근교 여행을 계획 중인 분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된 뮤지엄 중 한두 곳을 골라 직접 둘러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어슬렁거림을 실제 여행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여, 혹시 도쿄에 여행간다면 하루 정도 뮤지엄 둘러보는 코스가 무엇이 좋을지, 제 기억에 남은 뮤지엄 중심으로 ChatGPT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래 코스를 추천하네요. 우에노 미술관 트리오 코스는 다음 여행에 참고해야겠습니다.1~2년 안에 꼭 가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코스 1: 우에노(Ueno) 미술관 트리오

도쿄 국립 박물관 (Tokyo National Museum) → 국립서양미술관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 도쿄도 현대미술관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장점: 모두 우에노 공원 내 도보권. 이동 시간 최소화, 하루에 세 곳 방문 가능

코스 흐름: 도쿄 국립 박물관 (추천 관람 2h) – 일본·아시아 전통·불교미술과 국보 컬렉션이 압도적 → 도보 5분 → 국립서양미술관 (추천 관람 1.5h) – 피카소, 고흐, 폴록 등 서양미술 정수 → 도보 5분 → 도쿄도 현대미술관 (추천 관람 1.5h) – 국제전시와 현대미술 대규모 기획전

총 소요 시간: 관람 5h + 이동 10분 + 휴식/점심 포함 약 6시간 → 오전 9시 시작 시 오후 3~4시 일정 종료 가능

코스 2: 도쿄 북·서쪽 모던 아트 여정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 (MOMAT)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또는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장점: 일본 근대·현대 미술 → 전통 장식 미술 순으로 다양한 감상 가능

코스 흐름: MOMAT (Takebashi 역) – 2~3시간 → 이동: 지하철 도자이선 → 오모테산도역 환승 → 긴자선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1520분) 관람 1.52시간 또는 지하철 이동 →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약 20~30분 이동, 1–1.5시간 관람) 

총 소요: 관람 3.55h + 이동 4060분 → 여유 있게 오후 일정 종료 가능

2021/04/04

이야기의 집 - 요시다 세이지 / 김재훈 : 별점 3점

이야기의 집 - 6점
요시다 세이지 지음, 김재훈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나 등장 메카닉 등 관련 설정을 모아 놓은 책, 이른바 "화보집"을 좋아합니다. 멋진 그림, 그리고 자세한 설정을 알아가는 데서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그림과 설정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큰 차이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존 애니메이션 화집의 경우, 이야기가 아무리 중요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내용을 파악하고 보는게 보통이었습니다. 관련된 내용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아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이 책은 유명하지도 않고, 국내에서는 제대로 발표된 적이 없어서 찾아보기도 불가능한 작가 요시다 세이지의 개인 창작물에 등장하는 설정만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캐릭터, 메카닉이 아니라 '집', 또는 '거주 공간'에 대한 설정만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집이 주인공인 화집은 정말이지 처음 봤네요.

그러나 결과물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요시다 세이지가 창작했던(아마도?) 이야기 속 집들을 전경을 그린 세밀한 일러스트, 그리고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평면도 및 구조도와 함께 소개해 주는 구성되어 있는데, 그림이 정말이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하고 있거든요. 작가의 뎃생력, 따뜻하고 정감 어린 컬러링 모두 완성도가 높습니다.

집에 대한 설정들도 굉장히 상세합니다. 만약 설정대로의 집이 있다면, 정말 이렇게 지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각 방들의 구성과 꼭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정확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용을 타고 배달하는 우체국' 그림처럼 말이죠.

이러한 집 화보가 무려 33편이나 수록되어 있고, 그 외에도 부록도 풍성합니다. 컬럼으로 지붕, 화장실과 작가 아틀리에 소개가 실려 있으며, '과묵한 정비사의 별장' 이야기 속 하루를 그린 듯한 짤막한 만화, 그리고 어떻게 작품을 그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완성도도 좋습니다.

다만 함께 소개되는 이야기 설정은 솔직히 그냥저냥이기는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워낙 그림과 구성이 마음에 들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화집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2017/07/22

우리 가구 손수 짜기 (보급판) - 조화신 목수, 심조원 / 김시영 : 별점 3점

우리 가구 손수 짜기 (보급판) - 6점
조화신 목수, 심조원 지음, 김시영 그림/현암사

제목 그대로 우리 가구를 만드는 방법을 순서대로 그림과 함께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나무 베기 등 재료에서부터 시작해서,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다양한 전문 용어들, 그리고 온갖 도구들과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 가구를 조립하는 기법, 대표적인 가구 종류에 이어 판재의 종류 소개로 마무리합니다.

200페이지 초반에 불과한 얇은 분량이지만 대략의 개요를 파악하기에는 큰 무리는 없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동안 톱질의 자르기와 켜기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그런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자르는 것은 나뭇결과 직각, 켜는 것은 나뭇결을 따라 세로로 쪼개는 것이라는데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각종 재료에 대해 소개하면서 감나무 속에 검은 무늬가 있으면 먹감 나무라 하여 귀하게 여기고, 열대 지방 나무는 나이테가 없다는(계절이 바뀌지 않으면 생기지 않음) 등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림이 정말 대박이에요. 얇은 분량임에도 내용 이해가 쉬운 것은 거의 모든 설명을 그림으로 하는 덕인데, 제가 여태까지 본 이런 부류의 국내 도서 중 일러스트의 질과 양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정성스러운 뎃셍과 터치에 수채 물감으로 채색한 느낌의 꼼꼼한 세밀화가 굉장히 미려하여 소장 가치를 높입니다.

물론 이 책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굉장히 간략한 내용에 불과해서 이 책만으로 우리 가구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정말 불필요한 책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웠기에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만으로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2017/12/01

관계의 조각들 - 마리옹 파욜 / 이세진 : 별점 2점

관계의 조각들 - 4점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북스토리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좋아서 읽게 되었는데 묘사나 풍자, 담고있는 사상들 모두 은근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 작품같지가 않더군요.
예를 들면 "고독"이라는 작품에서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앞에 두고 한참 식사를 하다가 그 남자를 말아버립니다. 그 남자는 그림이었던거지요. 그리고 여자는 홀로 고독에 잠긴다는 내용입니다. 반전이 아주 놀랍지도 않고, 드라마도 별건 없습니다. 풍자로서도 평범하고요. 그래도 그림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아주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이 여자가 다시 등장해서 그림 고양이를 꺼내어 잠깐의 평화를 얻는다는 후일담도 과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이지요. 

그 외에도 남자는 초, 여자는 남자에게 불을 당긴다. 남자는 여자 때문에 녹아버리고, 여자는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는 이야기인 "불을 당기는 여자" 라던가, 여자들에게 사랑받지만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남자를 여자들이 부숴버리고 조각들을 나눠 갖는다는 "미남자" 등이 기억에 남네요.

그러나 굉장히 평범하거나 지나치게 소박한 이야기의 비중이 더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식육 식물"이 대표적이에요. 아이를 키우다가 너무나 커져버린 아이에게 부모가 죽거나 잡아 먹힌다는 이야기인데 풍자로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내용도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어요. 프랑스 감수성 탓인지 이해 못할 작품도 많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야기 보다는 빼어난 그림을 보는 맛이 더 좋았습니다. 그림책으로서는 괜찮은 미덕이기는 한데, 두 번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2025/08/17

신비한 건물 탐방기 - 노노하라 / 김재훈 : 별점 2점

일러스트레이터 노노하라가 그려낸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담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일종의 여행기록으로, 돼지 수인인 주인공 포터가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건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터는 도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나무 마을과 협곡, 고산 지대를 차례로 방문하고, 각 지역의 고유한 환경과 그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탐방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그림입니다. 노노하라의 섬세한 일러스트로 그려진 건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각 건물 내외부는 물론, 주변 환경과 수인들의 생활 모습까지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줍니다. 이렇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수인들이 등장하는 세계관이라는 점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만드는데,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라는게 거의 없고, 지역은 바뀌지만 등장하는 설정이 반복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지루해진다는건 아쉽습니다. 건물과 환경이 바뀐다고는 하나, 전체적인 분위기와 기본 구성은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탓입니다. 설정과 구성, 내용 모두 "이야기의 집"과 거의  동일한데, "이야기의 집"만큼 다양한 건물과 설정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디테일도 "이야기의 집"에는 미치지 못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건축 일러스트나 세계관 설정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는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단점도 커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2023/02/25

세상의 종말에도 무너지지 않는 100가지 삶의 지혜 - 아나 마리아 스파냐 / 정윤희 : 별점 2점

세상의 종말에도 무너지지 않는 100가지 삶의 지혜 - 4점
아나 마리아 스파냐 지음, 정윤희 옮김, 브라이언 크로닌 그림/위너스북

표지와 앞 부분 몇 페이지 소개에 혹해서 구입한 책.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세상에 종말이 왔을 때 익혀두면 유용한 기술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한 페이지의 짤막한 소갯글로요.

하지만 수박 겉핥기 수준에 그치는 내용은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지혜인 "가축 돌보기"의 핵심이 "가축에게 깨끗한 물을 주고 말끔한 우리를 제공하고 스트레스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 처럼 말이죠. 새 소리 듣기, 통조림 만들기, 붕대 만들기 등등은 한 두페이지 이상의 내용 보강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이 역시 대단한 디테일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임시 거처 만들기와 길 찾기, 말과 노새에게 마구 씌우는 법 등 비교적 상세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지혜는 나름 괜찮으나 이런 내용은 극히 드뭅니다.

100가지 지혜의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세상의 종말이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 예를 들어 핵전쟁 이후라면 방사능을 피하는 방법같은게 주로 소개되는 식으로 챕터를 구분하여 핵심 지혜를 선정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그냥 작가 머릿 속에 떠오른 대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이거든요. 우선순위가 한참 낮아보이는 매 길들이기라던가, 활강하기, 맥주 만들기, 잉크 만들기 등은 물론, 뒷부분의 라틴어 이름 익히기, 베란다에 앉아 있기, 신나게 웃기, 방콕하기 등은 아예 기가 찰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100가지 지혜에 곁들여져 있는 일러스트만큼은 무척이나 우수합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높은 퀄리티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샘플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주 멋지지 않나요?



덕분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용도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3/30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 - 마쓰오 바쇼 외 / 김향 : 별점 3점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6점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다빈치

하이쿠 명작들과 우키요에 작품들을 매치시켜 만든 책으로 앞부분에서 하이쿠와 우키요에의 역사를 간략하게 훝어주며 당대 에도시대의 문화까지 살짝쿵 전해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화집이라 생각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기도 하고요.

하이쿠를 쓰는 방법 같은 실용서적인 측면도 약간 있어서 하이쿠에 관심있으신 분들, 그리고 굉징히 다양한 우키요에 작품들이 괜찮은 인쇄질로 소개되어 있어 우키요에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일 겁니다. 각 작가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실려 있는 등 정보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은 수준이에요.

그러나 가격이 원래는 18000원인데 지금 알라딘에서 거의 도매수준으로 팔고 있는 것을 볼 때, 하이쿠와 우키요에 팬들이 많이 없나봅니다. 물론 저는 정가에 샀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