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노노하라가 그려낸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담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일종의 여행기록으로, 돼지 수인인 주인공 포터가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건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터는 도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나무 마을과 협곡, 고산 지대를 차례로 방문하고, 각 지역의 고유한 환경과 그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탐방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그림입니다. 노노하라의 섬세한 일러스트로 그려진 건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각 건물 내외부는 물론, 주변 환경과 수인들의 생활 모습까지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줍니다. 이렇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수인들이 등장하는 세계관이라는 점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만드는데,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라는게 거의 없고, 지역은 바뀌지만 등장하는 설정이 반복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지루해진다는건 아쉽습니다. 건물과 환경이 바뀐다고는 하나, 전체적인 분위기와 기본 구성은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탓입니다. 설정과 구성, 내용 모두 "이야기의 집"과 거의 동일한데, "이야기의 집"만큼 다양한 건물과 설정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디테일도 "이야기의 집"에는 미치지 못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건축 일러스트나 세계관 설정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는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단점도 커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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