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핫한 모큐멘터리 형식의 호러 장편입니다. 과거 기사와 취재 기록, 독자 투고, 인터뷰, 인터넷 게시글 등 서로 결이 다른 텍스트를 이어 붙여 실존하는 괴이 현상을 추적한다는 실감을 한껏 느끼게 해 줍니다. 한마디로 다큐멘터리와 괴담집이 섞인 느낌이에요.
여러 형식으로 펼쳐지는 작품 속 괴담들은 짧지만 강렬한게 많습니다. 저주받은 아파트에 살던 어머니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기다린건 ‘누군가가 투신하는 순간’이었다는 고백, 그리고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가 점프를 반복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대목이 특히 섬뜩합니다. 빨간 여자는 자살한 아키라의 어머니였는데, 생전에 나무에 목을 맨 아들을 내려달라며 펄쩍 뛰던 모습이 그대로 남았다는 설명이지요.
묘사도 발군입니다. 특히 ‘저주 스티커’는 굉장합니다. 기괴한 디자인과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니는 이상 행동이 그야말로 섬찟함을 자아내는 덕분입니다.
여러가지 형식으로 괴담과 괴이현상이 소개되기 때문에 신선한 발상도 많습니다. 동영상 때문에 귀신에 씌운 대학원생의 에피소드에서의 공포물 반응을 실험하려고 여러 공포 체험 영상을 짜깁기했다는 설정처럼요. 공포물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는 실험 결과도 재미있었어요. 인터넷 실황으로 심령 스팟 돌입을 생중계하는 등 새로운 형식도 선보이고요. 이런 독특한 형식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더 소름돋게 만들어 줍니다. 확실히 영화화 되는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부분이 제법 많아요.
이렇게 호러물로서 충분한 완성도를 지닌 개별 괴담들이 기사, 인터뷰, 인터넷 글, 독자 투고 등 서로 다른 형식으로 선보이다가, 이야기 전체가 하나로 묶여 완결에 이르는 과정도 꽤 깔끔합니다. 괴담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끝내버리는(원래 있었던 괴이 취급을 하며) 미쓰다 신조 스타일과는 다르게, 어쨌건 괴담, 괴이 현상의 정체는 결말에서 밝혀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파악한 정체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긴키 지방 산속에서 여성을 꾀는 존재 : 과거 노총각 마사루의 원념입니다. 노모를 모시느라 결혼도 못 한 채 인형과 감을 애지중지하던 그는 한 여성을 돌로 때려죽인 뒤 스스로 그 돌에 머리를 박고 죽었습니다. 그 뒤 여자들에 돌에 머리를 박고 죽는 사건이 반복되자 돌은 신사에 모셔졌습니다. 사람들은 인형과 감을 공양했지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잊혀져버리자, 다시 나쁜 짓 - 여자를 꾀어 데려오는 - 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빨간 코트의 여자 : 아키라의 어머니입니다. 아키라는 마사루의 원념이 원하던 ‘여자’의 대역으로 희생되었었지요.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뒤 마사루의 돌을 훔쳐 아들을 닮은 무언가를 되살렸습니다. 아울러 아이 유령 목이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건, 목을 메다가 부러졌기 때문이겠지요...
- 저주 스티커 : 아키라의 어머니가 아들의 ‘먹이’를 찾기 위해 퍼뜨린 장치였습니다. 스티커를 통해 저주에 걸린 사람의 혼은 아키라의 먹이가 되고, 남은 껍데기는 자살처럼 위장된 시체로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긴키 지방의 아파트와 댐에서는 자살 사건이 잇따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몇몇 괴담은 반복 패턴이라 신선도가 떨어지고, 서로 다른 형식이 뒤섞인 서술은 때로는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괴담과 괴이 현상의 핵심 정체는 밝혀주지만, 상세한 모든걸 밝혀주지는 않습니다. 편집자는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저주에 씌워진 희생자들이 외우는 기묘한 주문은 무엇인지, 스티커의 의미와 스티커를 눈에 띄는 전면에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궁금한게 많은데 모두 그냥 '저주'로 퉁치고 마는 탓입니다.
무엇보다도 너무 급작스러웠던 마지막 진상 고백은 다소 아쉽습니다. 앞서의 이야기에서 쌓아올렸던 장치들과 무관한, 빨간 코트의 여자 독백 한, 두페이지로 끝나버리는 탓입니다. 이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다소 떨어트립니다. 비유하자면 "링"의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와 자신의 원한을 한, 두 페이지 독백으로 마무리하는 결말인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매체 텍스트들을 하나의 서사로 묶어내는 방식이 능숙하고, 섬찟함을 유지하는 기술도 좋습니다. 호러 소설, 그중에서도 괴담을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즐기실 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만 서사적 완결성보다는 순간순간 장면의 섬뜩함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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