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9/05/26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채드 파크힐, 앨리스 오 / 성중용 : 별점 2점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4점
채드 파크힐 지음, 앨리스 오 그림, 성중용 옮김/아카데미북

제목처럼 80개의 세계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칵테일의 유래와 대표 레시피를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는 책.
무려 80개나 되는 칵테일이 소개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리시 커피'는 아일랜드 서쪽 포이니스가 교통 요지였는데, 1943년 당시 이곳을 방문하는 부유층을 위해 (당시 공항 이용 여행객은 부자였으므로) 제공되던 칵테일이었다고 하네요. 공항이 추워서 몸을 데우라는 의미로 뜨거운 커피에 약간의 아이리시 커피를 넣은게 원래 레시피입니다. 
'트웬티스 센츄리'는 진과 레몬 주스, 아페르티프 와인과 초콜릿 리큐어의 혼합물로 극진한 서비스로 유명했던 철도 회사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에서 이름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은 이른바 '레드 카펫'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정도로 고급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네요. 지금 우리나라로 따지면 '호텔 신라' 라는 칵테일을 만든 정도겠죠?
그 외에,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들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칵테일은 비교적 현대적인 음료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예를 들어 '다이키리'는 헤밍웨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19세기 후반에 쿠바 산티아고 외곽 다이키리 마을에서 시작되었다던가, 피시 하우스 펀치는 조지 워싱턴이 18세기에 이미 마셔보았던 오래된 술이라는 등이 그러합니다. 

집에서 쉽게 만듬직한 레시피도 눈에 띕니다. '키르'는 책에서도 간단하기 그지 없다는, 단 2가지 재료만 필요한 칵테일이에요. 추가 얼음이나 가니쉬도 필요없고요. 그러나 매우 세련되고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을 풍기며, 파리의 카페 테라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니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화이트 와인 150ml에 크림 드 카시스 30ml를 와인 글라스에 넣고 조금만 저으면 된다니, 바로 재료를 구입해 봐야겠네요!
레시피에서 처음 보는 독특한 스피리츠들을 사용하는 칵테일들도 몇 개 있습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증류주 카샤사, 볼리비아의 특산주로 숙성하지 않은 투명한 포도 증류주라는 싱가니, 노르웨이의 린냐케비트, 폴란드 보드카 즈브로카가 그러한데 이들로 만든 칵테일들 모두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 술이 많은건지, 진심으로 기쁘군요.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퀄리티,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글이 이상하게 읽기가 힘든 탓이 큽니다. 칵테일의 유래 등 에피소드를 소개하기에는 딱딱한 문체가 와 닿지 않고, 전문가적인 영역으로 보자면 딱히 깊이도 없고요.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을 넣으려고 압축한 탓인지,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듯 싶더라고요. 이럴 바에야 실제 여행하면서 맛본 칵테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80개의 지역 대표 칵테일이 무슨 기준인지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말로 책 기획 컨셉에 맞는 칵테일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고작해야 싱가폴 래플스 호텔하면 떠오르는 싱가폴 슬링 정도? 그 외에는 특정 지역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시도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술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정도를 기대했고, 그 기대에는 값하지만 아주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림보다는 글 쪽 문제가 커요.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