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 - 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 김한종 외 옮김/책과함께 |
제목 그대로 일본 근현대대의 학교 역사를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이전 다른 책 리뷰에서도 소개했었지만 에도 시대에서부터 메이지 시대까지의 일본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이 좀 있어서 어쩌다보니 구입하게 되었네요.
책의 특징이라면 상세하고 자세하다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입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1872년 오사카부에서는 큰 북이었고 1874년 치쿠마현에서는 종소리였으며 1887년 미야기현에서는 딱따기 였다는 등등, 수업 시작 할 때의 인사는 1874년에 이미 교사가 리쓰레이 - 하나로 기립 - 둘로 인사 - 셋으로 다시 기립 (차렷) - 넷에 앉는다고 정해졌다던가, 군대식 훈련과 체조가 이미 1886년에 도입되었다던가, 교재와 학용품은 어떤 것이었는가, 학교 의식과 행사는 언제 어떤 것들이 시작되었는가 등이 각종 자료와 함께 설명되고 있거든요. 이외에도 학교 급식이라던가 운동회, 입학식과 졸업식, 수학 여행과 소풍, 교복, 시험 등 학교 제도에 대한 역사도 상세합니다. 심지어는 보건실과 청소당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까지 알려주니 말 다했죠. 참고로 청소당번은 1897년 문부성 훈령으로 도입되었다네요.
이러한 학교에 대한 시시콜콜한 역사가 실제 일본 당시 역사와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시작되고 발전해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정식 학교사 외에도 아이누 학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젠쇼 학교, 야간 중학 등 이외 학교에 대한 역사도 수록되어 있는 등 그야말로 학교사 전반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대표적으로 '란도셀'의 보급과 역사를 소개해드립니다. 막부 말기 일본에 서양식 군사 훈련이 도입되었을 때 함께 도입된 천으로 된 배낭이 유래라고 합니다. 어원은 네덜란드어 'ransel' 을 일본어로 발음하기 쉽도록 의도적으로 '도'를 넣은 것이고요. 학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건 1885년 황족, 화족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쓰이고 부터입니다. 가쿠슈인은 학생들의 유약함을 바로잡기 위해 등교할 때 학교까지 마차나 인력거를 타고오는 걸 금지하고 교과서나 학용품도 시종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가져오라고 지시했으며, 그래서 교과서나 학용품을 챙겨오기 위한 용구로 배낭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대를 반영한 결과물인 것이죠. 그리고 1890년 7월 가쿠슈인이 '배낭은 검은 가죽으로 한다' 는 규칙을 발표하여 현재의 란도셀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1887년 이토 히로부미가 다이쇼 천황이 된 황태자 입학 축하를 위한 특별 주문품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네요.
특정 아이템 뿐 아니라 청일, 러일 전쟁이라던가 조선 병합, 메이지 천황의 죽음 (붕어), 간토 대지진, 2차 대전과 종전 때 학교가 어떠했는지를 당대 사료와 인터뷰, 기사들로 설명해주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간토 대지진 때 도쿄 메구로구 소학교 교사 자이젠 유타카의 수기가 그러해요. '불령선인'이 난동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진짜로 받아들인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가를 분석하여 시대를 분석한 항목도 인상적입니다. 전후 평화를 주제로 교가 가사가 바뀌었다는 사례를 들고 있는데, 당연한 내용과는 별개로 엄청나게 꼼꼼한 조사와 정리가 대단하다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논문처럼 서술되고 있는 점은 문제네요. 위의 내용들이 딱딱한 문체로 여러가지 조사 자료, 도표 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거든요.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연구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정보일 테지만 저같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어요.
또 번역도 여러모로 아쉬우며 책의 구성도 정리된 느낌이 들지않고 도판 역시 썩 좋은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우리와도 관련이 있는 여러가지 몰랐던 학교 관련 역사를 알게된 건 수확이지만 책의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 감점합니다. 수준과 완성도에 비하면 가격도 엄청나게 높은 편이고요. 학교에 대해 연구하시는 연구자, 학생이 아니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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