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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31

명탐정의 유해성 - 사쿠라바 카즈키 / 권영주 : 별점 2점

20년 전 명탐정 가제의 조수였던 나루는 결혼 후 가업인 카페를 운영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튜버 코롱이가 명탐정들의 폐해를 고발하는 영상을 공개한 탓에 가제가 거센 비난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제는 나루와 함께 과거 사건의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진실을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고, 명탐정의 추리가 언제나 절대적인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도 마주했다. 

결국 여행은 끝났고, 나루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나오키 상 수상 작가 사쿠라바 카즈키의 장편입니다. 제목만 보면 본격 추리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명탐정이라는 캐릭터와 추리 소설의 관행을 풍자하는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덴카이치 탐정 시리즈같은 완전 풍자 유머 소설은 아닙니다. '명탐정'이라는 존재를 통해 헤이세이와 레이와라는 두 시대를 대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중년 성장기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헤이세이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화려한 명탐정들의 시대입니다. 사건만 생기면 어디든 나타나 극적인 추리를 펼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던 명탐정들은 현실적인 인물이라기보다 만화 속 히어로처럼 그려집니다. 반면 레이와는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시대입니다. 한때 명탐정의 조수로 이름을 알렸던 나루는 오십 대가 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도 알아보지 않는 평범한 동네 중년으로 살아갑니다. 이렇게 화려했던 헤이세이와 소박한 레이와를 '명탐정'이라는 의외의 소재로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나루가 가제와 함께 화려했던 헤이세이의 영광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다시 돌아보면서 잊고 지냈던 즐거운 기억뿐 아니라 외면했던 상처까지 마주합니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절을 되찾는게 아니라 현재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요. 그래서 중년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성장기라고 보아야 합니다.

추리적인 재미도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초반 나루와 가제가 처음 만났을 때 나루가 사는 곳을 추리해 내는 가제의 추리나 AI 탐정이 사실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연기하고 있었다는 진상을 나루가 사소한 단서만으로 밝혀내는 장면 등은 꽤 그럴듯 합니다.

명탐정 풍자도 재미있습니다. 사건만 생기면 어디에나 나타나고 화려한 언행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작품 속의 헤이세이 명탐정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과장된, 초법적인 히어로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만들어졌던 겁니다. 그야말로 만화와 다를게 없었던 것이지요. 

명탐정의 추리를 비판적으로 비판하는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당시 주어진 단서만 놓고 보면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추리였더라도, 나중에 새로운 정보가 밝혀진다면 그 결론 역시 왜곡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즉, 명탐정이라는 존재는 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은 DNA 검사 등으로 나중에 증거는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부족한 정보로 산 사람의 운명을 가지고 노는데 불과하다는 코롱이의 비난도 꽤 합리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추리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작품 속 추리들은 대부분 이미 해결된 사건을 되돌아보는 형식이고, 그나마 등장하는 사건과 트릭들도 만화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은 탓입니다. '크리스마스 연쇄 살인'에서 피해자들이 받았던 장식물의 순서대로 살해당했단게 대표적입니다. 순록 - 굴뚝 - 벽난로 순으로, 이건 산타의 이동 경로라는 추리거든요. 

코롱이를 중심으로 한 현재 시점의 전개도 다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유튜브 폭로 영상 하나가 과거 사건을 다시 확인하는 긴 여정의 계기가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후반부에 코롱이가 가제와 나루의 일행이 되는 전개 역시 억지스럽습니다. 솔직히 등장하지 않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케이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루가 처한 현재 상황 - 모두가 무시하는 투명 인간 - 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성격과 행동이 지나치게 거슬려 등장할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명탐정을 주제로 그려낸 성장기라는 아이디어는 독특하고, 명탐정에 대한 재해석은 흥미습니다 그러나 추리 소설로는 별볼일 없어서 감점합니다.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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