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세트] 스트라바간차 ~이채의 공주~ (총7권/완결) - 토미 아키히토/대원씨아이 |
이북으로 몰아서 구입해 읽은 판타지.
다른건 몰라도 작화 하나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섬세한 배경도 좋지만 풍만한 캐릭터 묘사가 특히 좋았어요. 움직임에 대한 연출도 탁월해서 액션장면도 수준 이상이었고요.
오크와 거인족, 수인족, 엘프와 드워프 등의 종족 등은 다른 판타지에서 흔히 보아왔던 설정이기는 하지만 거인족 세포이아가 지나가는 숲길에는 잔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나름의 디테일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각 종족별 거주지, 사용하는 무기 등이 모두 종족별 특징에 맞게 잘 묘사됩니다.
하지만 대하 서사극치고는 지나치게 짧고 극적인 요소 없이 단 한 번의 전투로 끝나는건 시시했습니다. 조기 연재 종료 느낌이 들 정도에요. 특히 마지막 전투에서 연합군측 막대한 피해가 뭐지 싶게 만드는 세포이아 남자들의 원거리 공격은 허탈했습니다. 이런 공격이 가능했다면 앞서 연합군의 죽음은 개죽음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총을 쏠 수 있는데 맨 몸으로 들이받다가 죽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또 클라이막스에서 비비안이 오르그들을 죽이지 않고 협상하겠다고 말하는건 어이가 없었습니다. 동맹의 수없이 많은 희생을 무시하는, 왕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어요. 게다가 비비안은 앞서 에신때문에 광인이 된 클로드 족 쿰쿰은 직접 죽였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을 공격한 오르그 군대는 죽이지 않겠다? 쿰쿰이 다른 클로드족 - 탐탐 - 을 해치는걸 막기 위해서였다면, 오르그 군대는 더 큰 희생을 만들고 있으니 다 죽이는게 마땅합니다. 이렇게 성격과 기준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쓸데없는 설정은 이야기에서 빼는게 바람직했습니다. 어차피 시녀와 근위병들이 전사하자 원칙을 바로 깨버리니까요. 비비안의 강함도 설명이 부족해서 잘 와 닿지 않았고요.
이렇게 뻔하고 급작스러운 전개의 군웅 - 서사극보다는 비비안이 투구를 벗고 미테라 성을 몰래 빠져나가 평민 클라리아로 행세하며 이런저런 소동과 마주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끝난 이후의 삶을 그린 에필로그 형태의 7권은 아주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비비안과 올리비에의 첫 만남, 본편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못했던 루갈과 포글족 이야기 등 모두 소소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성적인 묘사가 많은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다 괜찮았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그림은 좋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부족했습니다. 추천드리기는 애매하네요.
불살을 테마로 삼는 작품, 불살을 추구하는 캐릭터도 불살을 포기하는 캐릭터도 봐왔지만, 이 작품만큼 불살을 추구하는 모습도 포기하는 모습도 이해가 안 가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엥? 왜 갑자기 여기서 불살? 싶었지요…. 고르모아도 뭔가 속이 시커먼, 뭔가 두려운 녀석인 것 처럼 나왔지만, 결국엔 그냥 허당이었다는 식으로 간단히 죽어버리는 모습을 보고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답글삭제맞습니다. 이런 서사극으로 몰고가지 않았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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