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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2

77단의 비밀 - 방정환 : 별점 2점

77단의 비밀 - 4점
방정환 지음/반달e

어린 시절 중국인 단장의 곡마단에 잡혀와 매를 맞아가며 곡예를 배워왔던 상호와 순이 남매는 경성에서 공연 중 외삼촌을 우연히 만난 뒤, 탈출할 결심을 세웠다. 그러나 상호만 겨우 탈출에 성공했고 순이는 곡마단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갔다. 상호는 순이를 구하기 위해 외삼촌의 통역이었던 기호와 함께 중국 봉천으로 향했고, 곡마단장이 조선에 마약을 밀매하고 어린 아이를 유괴하여 매매하는 조직 '77단'의 수장이라는걸 알아냈다. 결국 모험 끝에 봉천 한인 협회이 도움으로 77단을 일망타진하고 순이를 구하는데 성공했고, 남매는 아버지와 해후하게 된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아마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비디오로 감상했던 애니메이션이 "77단의 비밀"이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간 원작 책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우연찮게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장르를 놓고 보면 전형적인 모험물인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완성도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상황마다 편의적이고 작위적인 전개가 많은 탓입니다. 갓난아기때 유괴되어 이미 청소년이 된 남매를 외삼촌이 한 눈에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곡마단이 중국 어디로 향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아무런 근거나 이유없이 여관 다다미 밑에서 발견한다던가, 중국 봉천에서 우연히 곡마단 단장(이 변장한 절름발이)을 만나게 되어 뒤를 쫓는다던가, 봉천 한인 협회장이 알고보니 남매의 아버지였다던가 하는 식이거든요. 급작스러운 전개가 많으며, 변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도 단점입니다. 
설명도 많이 부족합니다. 대표적인게 상호의 유일한 조력자인 기호가 자기 저금까지 털어가며 상호를 돕는 이유입니다. 혈연 관계도 아니고, 그냥 통역으로 연을 맺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도와주는건지 알 수가 없어요. 순이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져 그랬다면 이해는 갔겠지만 이는 순이가 14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불가능했을테고.... 하여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악당 조직의 이름이 왜 77단인지, 모이면 그냥 평소처럼 대화하면서 소굴에 들어갈 때 왜 귀찮은 암호 따위를 사용하는지 등도 설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은 그냥 클리셰들 모음에 지나지 않아요.

그래도 미행하던 상호와 기호에게 단장이 성냥불을 빌려달라고 해서 성냥을 꺼내려던 기호를 상호가 저지하는 장면 (성냥불을 켜서 둘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확인하려는 속셈이었음), 그리고 술집에서 새를 날려 사람들의 정신을 빼 놓은 틈에 순이를 구하는 장면 등 볼만한 부분도 존재합니다.
"다음 회"로 넘어가는 마지막 문장들도 인상적이었어요. 노골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다음 회를 보도록 유도하는게 고전적이면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추억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의미있었던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단 이는 지극히 개인적 감상이며, 작품만 놓고보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완성도는 한없이 미흡하니까요....

댓글 2개:

  1.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주신 금성출판사 소년소녀 한국문학을 통해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수십권이 넘어가는 분량에 읽을 엄두도 못내던참에 흥미로운 제목의 책부터 골라서 봤는데, 이 책이 두번째인가로 선택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재미있었지요. 개인적으로는 같은 권에, 바로 뒤에 실려있던 떡배단배가 더 재미있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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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년 어른 눈에 거의 100년 전 아동 소설이 추억 외 요소로 성에 차기는 힘들겠지요. 떡배단배는 그래도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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