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3/11/10

소년 a 살인사건 - 이누즈카 리히토 / 김은모 : 별점 1.5점

소년A 살인사건 - 2점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년 전, 아홉 살 소녀가 살해당한 뒤 안구가 적출당하는 영상이 다크 웹 경매에 올라왔다. 경시청은 영상을 유출한게 경찰 내부 인력이라 생각해서, 감찰부 시라이시 계장에게 조사를 명령했다.
한편 영상 판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당시 미성년자로 간단한 처벌을 받고 풀려났던 범인 "소년 A", 오치아이 세이지의 주간지 인터뷰가 발표되었다. 오치아이가 판매한게 아니라는 기사였다. 하지만 여론은 나빠졌고, 인터넷을 통해 악당들을 사적 제재를 하는 자경단 운영자 야요이와 유튜버 료마 등은 오치아이 세이지의 현재 정체를 폭로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친구를 살해했던 미성년자 소년 A - 사카키바라 사건 말고 다른 사건입니다 - 가 번듯한 변호사가 되었다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소설.
기본적으로는 복수극이지만, "방황하는 칼날"과 똑같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옳은지와 사적 제재가 과연 합당한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일종의 사회파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실화 소재라는 것 외에는 건질 부분이 없습니다. 기본 전개부터 엉망이거든요.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야요이는 소년 A에게 살해당했던 소녀 미쓰키의 어머니였습니다. 소년 A의 정체를 까발린건 복수를 위해서였고요. 소년 A가 그냥 히키코모리처럼 살고 있었다면 복수가 될 수 없으니 야요이는 자살한 뒤 소년 A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조작을 추가로 벌였습니다. 
하지만 소년 A인 히토쓰바시는 정체가 드러난 탓에 모든걸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했습니다. 아요이가 죽기까지 하면서 누명을 씌울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누명을 씌우는 것도 비현실적입니다. 히토쓰바시가 범인임이 뻔한 상황에서 야요이를 살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복수를 위해서라고 해도 억지스럽습니다. 히토쓰바시 입장에서는 복수의 대상은 료마니까요. 변호사라면 법적으로 해결했을 거에요. 
동영상이 있고 없고는 정체가 이미 까발려진 히토쓰바시의 현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동영상 원본을 구하러 옛 사건 장소에 찾아갈 이유도 없습니다.

소년 A 사건을 다시 세간의 화제로 만들기 위해 야요이가 다크 웹에 딸이 죽을 때의 동영상을 경매에 올린 것도 부모 입장으로는 납득하기 힘듭니다. 딸이 죽는 장면을 복수에 이용한다는건 말도 안되며, 괜히 경찰의 눈길만 끈 셈이 되어버렸거든요. 동영상이 진짜일까 필요도 없었고요. 게다가 세간에 조금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료마나 에리코와 같은 협력자가 야요이를 도운 것도 여론 때문은 아니었지요. 물론 덕분에 히토쓰바시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인 주간지와의 인터뷰가 진행되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우연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료마의 부탁대로 주간지 편집장이 히토쓰바시에게 CD롬을 보낸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애송이 유튜버 말만 듣고 움직인다는 것도 석연치 않지만, 2020년대에 사서함으로 CD롬을 보낸다? 저 같으면 CD롬 안의 파일을 메일로 보내라고 했을 겁니다.

야요이가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한 후 복수를 시작했다는 설정도 와 닿지 않았습니다. 신분을 유지한채 인터넷 자경단 사이트를 운영하면 안되는 이유부터 떠올리기 힘듭니다. 가족들에게 폐가 될까봐였다고 하는데, 딸이 죽은 뒤 아들은 소아 성애 범죄자가 되도록 방치했던 어머니가 할 말은 아니지요. 이렇게 앞 뒤가 안 맞도록 설정된 인물을 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에요. 하긴 별다른 재주도 없던 40대 아줌마 야요이가 인터넷 자경단 사이트의 운영자가 되어 하나의 세력을 만든다는 설정도 말이 안되신 마찬가지겠지요.
다른 등장인물들 설정도 어설습니다. 가출 고딩이 악당들 정체를 까발리는 특종을 선보이는 유튜버라던가 하는 식이거든요. 그 중에서도 시라이시 감찰 계장 설정은 최악입니다. 감찰 조사 자체가 너무 어설퍼요. 시라이시와 그의 팀은 관계자를 찾아가 증언을 들은 뒤,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는데, 왜 이렇게 수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서류 조사부터 하는게 당연하잖아요? 예를 들어 당시 사건 수사를 맡았던 형사가 원래는 미마 무네키 경위였고, 그가 비디오 테이프를 반출했었다는건 가장 기본적인 증거물 출납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마 무네키 경위에 관련된 자료들을 미리 조사하지 않은 탓에 그의 행적을 놓치고 맙니다. 발로 뛰는 수사를 한다면 범인이라도 잘 잡아야 할텐데 그렇지도 못해요. 중요 참고인인 이토 유키오는 쉽게 도망갈 정도였지요. 
복싱 동작을 한 눈에 알아보는 등의 쓸데없는 지식은 과시하지만, 수사와 추리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료마와 시라이시가 엮이는 전개는 작위적인게 지나쳐서 짜증이 날 정도였고요.

이렇게 장점은 찾아보기 어렵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방황하는 칼날"보다 좋았던 점은 복수가 성공한다는 점 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