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딘가에서 연재되던걸 감상했었는데, 완결되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예전 연재작은 흑백이었는데, 웹툰 시대에 맞게 풀 컬러로 리뉴얼되었네요.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포커 게임 '텍사스홀덤'을 진지하게 스포츠처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단순한 도박 만화가 아니라, 마치 스포츠 만화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등장인물인 비비안이 “도박이 아니라 스포츠”라고 주장하는 대사가 단지 허세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아주 탄탄했어요. 초반부 기수와 찰리의 대결, 그리고 마지막 포커 대회에서 펼쳐지는 나노노코와 기수의 결승전은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고요.
텍사스 홀덤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프로게이머 출신 갑영이 연봉제로 포커 플레이어들과 계약하여 대회에 출전시키고, 이 중 프로게이머 출신 기수는 프로 시절 보여준 경기를 근거로 스카웃한다는 설정, 온라인 포커 게임을 위한 봇을 만드는 설정이 그러한데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왜 프로게이머가 포커를 잘 하는지 살짝 알 수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작품이 단 2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장점도 큽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주인공 기수의 성장은 뚜렷하게 그려져 성장기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기수와 비비안의 관계를 적절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한 점도 좋았고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작화입니다. 원사운드 특유의, 하지만 극화에 맞게 6등신 이상으로 그려진 인물들 대부분은 헤어스타일을 제외하면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아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개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요.
또한, 작품 내에 등장하는 텍사스 홀덤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들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그렇다고 이 정보들이 독자가 포커에 대해 실제로 잘 알게 만드는 학습 효과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지루한 설명이 많지만 학습 효과는 떨어지는, 어정쩡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분명 추천할만한 요소는 있습니다만, 단점도 확실해서 감점합니다. 스토리 만화보다는 차라리 텍사스 홀덤을 제대로 알려주는 학습 만화로 방향을 잡았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