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인 안거울은 큰동생 두온의 집에서 조카들을 돌보며 지냈지만, 오지랖 넓은 성격 탓에 쫓겨나듯 독립하게 되었다. 그녀가 새로 이사한 곳은 재개발 예정지에 위치한 백세 아파트로, 이곳에선 새벽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층간소음이 발생해 주민들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안거울은 이내 주민 대표 지원, 무당 무학보살, 전직 회계사 경석, 공시생 샛별, 유튜버 동오와 협력하게 되었고, 203호에 사는 광신도 여성을 체포하게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그녀는 범인이 아니었다.
안거울은 크게 좌절했지만, 결국 소음을 일으킨건 경석이며, 그 배후에 아파트 경비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주민들과 함께 마지막 대결에 나서는데...
이 영화는 백수 소시민이 층간 소음 추적에 나선다는 일상계 코믹 추리 스릴러입니다. 연휴를 맞아 티빙으로 감상했습니다.
장점이라면 우선, 남는 것이 시간뿐인 백수가 탐정극을 끌고 나가는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작전—탐문 수사, 주민 파티 구성, 소음 측정기 활용 등—은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요. 무엇보다 수상해 보인다고 막무가내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서와 증거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반론 상황까지 함께 제시하며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은 장르적 재미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건 203호가 범인이 아니라는게 노숙자 증언으로 밝혀진 뒤, 경비가 그 때 소음을 일으켰고 이유는 자기 멤버 중 한 명이 범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거울의 추리입니다. 뒤이어 거울은 쉼터 사용자 목록을 조사하여 범인이 경석이라는걸 밝혀내게 되지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 안거울 캐릭터도 생생합니다. 배우 경수진 씨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그가 함께 지내는 조카가 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존재였고, 현재 곁에 있는 조카는 귀신이라는 설정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잘 표현하며, 곳곳에 피식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 해도 영상미나 연출의 완성도, 스케일 모두가 영화보다는 TV 드라마에 가깝다는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기, 승, 전, 결의 네 파트로 나누어 - 안거울 설정 설명과 이사 후 층간 소음을 만나는 기, 안거울이 오지랖 넓게 나서서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 승, 203호를 범인으로 특정하지만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게 밝혀지는 전, 진범인 경비와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결 - 연속극 형식으로 구성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겁니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 스릴러로서의 서사의 긴장이 급격히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범인이 경비원으로 밝혀지는건 너무 노골적이었고, 경비원이 감추고 있던 서류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너무 길며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던 탓입니다. 경비원은 안거울을 살해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상황인데, 서류를 숨기고 있었는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안거울이 경찰에 신고만 해도 살인미수, 납치 감금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았을텐데 말이지요. 경비원과 부하들이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 백주대낮에 그렇게 심한 폭행을 저지르고 빠져나간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아울러 재건축을 유도하기 위해 집값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몇 개월씩 소음을 유발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장기간 문제가 지속되었다면, 영화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범인이 밝혀졌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이보다는 차라리 다른 방법, 예를 들어 방화를 시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이 더 현실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시도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영화보다는 백수 안거울을 중심으로 한 연속 TV 시리즈가 훨씬 어울렸을테고요. 같은 설정의 TV 시리즈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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