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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3

아인 1~17 - 사쿠라이 가몬 : 별점 2.5점

'죽지 않는 인간'이라는 단순한 콘셉트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내용은 꽤 독특한 밀리터리 액션물입니다. 주인공 나가이 케이와 아인 테러리스트 사토 간의 대립이 핵심인데, 사토가 군사 전략과 물리적 전투 능력 모두에 특화된 사이코패스라서 경찰 특공대, 자위대 군대와 교전을 벌이는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고증에 충실하게 잘 그려져 있는 덕분입니다. 

작품 속 '아인' 설정도 독특합니다. 아인은 단순한 불사의 존재가 아니고, 죽기 전까지는 보통 인간과 똑같기 때문에 마취제나 산소 결핍, 냉동 등으로 제압 가능합니다. 하지만 죽고 나면 놀랍도록 신속하게 부활하며, 이 부활은 원래의 신체 상태를 완벽히 복원함과 동시에 어떠한 물리적 장벽도 무시한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고요. 이 설정은 이야기 전개에 잘 활용되어 극적 긴장감을 더합니다.

등장인물들도 복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빌런 사토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냉혹하고 잔인한 사이코패스지만, 단순히 광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전투가이며, 리더십마저 갖춘 인물로, 작전의 구상과 실행 면에서 탁월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거든요. 절단된 손을 튀겨 프라이드 치킨으로 위장하여 보안 업체로 보낸 뒤, 자신의 몸을 분쇄기에 갈아서 회사 내부에서 부활하는 침투 장면은 아인의 기묘한 설정 중 하나 - 몸이 조각나면 가장 큰 조각 기준으로 부활한다 - 를 활용하여 극대화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합니다. 공군 기지를 장악한 뒤 군용기를 직접 조종하여 정부 기관을 테러하는 장면도 사토라는 캐릭터가 가진 전략에 있어서 독보적인 창의성, 그리고 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요.
주인공 나가이 케이 역시 기존 소년 만화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인물입니다. 이타심이나 정의감과는 거리가 먼 그는, 철저히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캐릭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성격이 사토와의 대립 구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둘의 대결은 단순히 강함의 여부가 아니라 심리전과 전략의 싸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케이와 사토의 대결 구도로 집중된 전개와 결말도 깔끔합니다. 인기에 영합해 불필요한 외전을 덧붙이거나 결말을 늘이지 않고, 처음 구상된 틀 안에서 완결을 짓는 모습은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미덕이라 마음에 드네요.

"기생수"처럼 사회 풍자적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생체 실험에 활용하여 거액을 번 제약 회사가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계속 근무하게 만드는 모습, 아인 차별법안을 만든 국회의원이 실제로는 아인이었다는 반전 등은 작품이 단순한 SF나 액션에 머물지 않고 현실 사회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아인이 아니지만 테러에 가담한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무차별적인 메시지 전달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고요.

그러나 단점도 없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인이 조종할 수 있는 그림자형 존재 'IBM'은 표지에서도 적극 노출하는 등의 비중에 비하면 활용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사토의 테러 장면 몇 군데 외에는 그다지 활용되지 못하는 탓입니다. 일종의 초능력에 가까운 소년만화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밀리터리 액션물인 작품 분위기와도 사뭇 차이를 보이고요. 

케이와 사토의 마지막 대결도 기대에 비해 밋밋합니다. 단순히 몸통 박치기(?)로 함께 물에 빠진 뒤 기절한 사토를 체포하는 식의 마무리는, 치열한 두뇌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이 결말보다는 사토의 잘라진 손을 놓고 벌이는 테러리스트와 케이 측의 대결이 훨씬 볼만했습니다.

이외에도 '플러드 발생', '일반인의 부활' 등 작품 내 여러 떡밥은 끝내 회수되지 않았고, 케이의 친구 카이토가 지나치게 무리하게 행동하는 이유 역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 점도 단점이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불사의 존재라는 콘셉트를 잘 활용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빌런 사토의 존재와 그를 중심으로 한 치밀한 전개는 탁월합니다. 다만 일부 설정과 떡밥 설명이 부족하고 마지막 대결의 맥빠진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이었던 이유는 충분히 잘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화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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