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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시간의 습속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3점

시간의 습속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도쿄 근교의 휴양지 사가미 호수에서 "교통문화정보" 신문의 발행인 겸 편집자 도이 다케오가 목졸라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주변인물을 탐문하던 중 경시청 수사1과의 미하라 기이치 경위는 굣코 교통의 전무 미네오카 슈이치가 수상하다고 감을 잡으나 그는 사건 당시 후쿠오카 근처 모지의 메카리 제사에 참석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춘 상태. 미하라는 이전 사건으로 알게된 후쿠오카의 도리카이 주타로 형사에게 미네오카의 알리바이를 문의하나 수수께끼를 밝혀내지 못하던 중 후쿠오카에서 정체불명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의 1961년도 발표작. <점과 선> 발표로 일약 인기작가가 된 세이초가 4년 후 <점과 선>이 연재되었던 월간지 <여행>에 다시 연재한 작품입니다. <점과 선>의 주역인 미하라 - 도리카이 컴비가 다시 등장하는데 세이초 작품으로는 유일한 속편이라고도 하네요.

전작과 같이 정통 알리바이 파헤치기 추리물이기도 한데 사건의 핵심인 미네오카 슈이치의 알리바이 트릭, 즉 "어떻게 그가 메카리 제사 사진을 찍을 수 있었나?"와 더불어 미네오카가 도쿄와 후쿠오카를 어떻게 오갔는지, 사건 당일 도이와 함께 있었던 여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현장을 빠져나갔는지, 후쿠오카에서 발견된 피해자는 누구이며 현장에 있던 여성용 양가죽 장갑은 무엇인지, 가짜로 발급한 정기권의 용도가 무엇인지 등 다양한 트릭 및 추리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맛이 일품입니다.
게다가 단순히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준도 높아요. 그 중 핵심 트릭인 알리바이용 사진 트릭은 필름 교체 및 재촬영, 조작이라는 복잡한 것인데 전문가적 지식을 활용하여 설득력이 충분할 뿐더러 미하라 경위의 여러가지 아이디어 - "TV를 찍은 것이 아닐까?" "예전 사진은 아닐까?" "영화 뉴스를 찍은 것이 아닐까?" 등 - 까지 검증해 주는 꼼꼼함이 돋보이거든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원래 사진을 촬영한 가지와라에게 들키지 않고 필름을 빼돌리는 방법 역시 기가 막히고요. 아울러 공범인 여성의 정체, 그리고 그 정체를 밝혀주는 단서가 되는 사체가 끼고 있던 장갑 역시 당시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보여지는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미하라 경위의 직감에 의지한 추리와 도리카이 형사의 성실하고 꾸준한 수사도 전작 <점과 선> 못지 않게 잘 그려지고 있는 것은 전작의 팬으로 마음에 든 점입니다.

또 연재된 월간지가 <여행> 인 탓이었을까요? 서두에 등장하는 모지의 메카리 제사를 비롯하여 사가미 호수, 그리고 그 외의 후쿠오카의 명승지를 소개하는 여정 미스터리로서의 모습도 보이는 것이 이채롭더군요. 심지어는 오사카로 출장가는 형사들의 기차 여행까지 디테일하게 묘사될 정도니 말 다했죠. 어떻게 보면 예전 작품의 여유로움 같은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괜히 흐뭇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제법 됩니다. 그 중 가장 알 수 없었던 것은 애초에 미하라 경위가 왜 미네오카 슈이치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지입니다. 알리바이가 누가 봐도 완벽한데 거기서 의심을 품고 파헤칠 생각에 집착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죠. 반대로 해석하면 무죄인 미네오카가 미하라 경위의 편집증적 망상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문제는 피해자 도이가 최초에는 나름 인격자로 묘사되는 등 동기를 드러내지 않은 탓이 큰데 최소한 도이에게 흘러간 거금의 일부에 미네오카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미네오카에게 집중되었다는 설명은 필요했다 생각됩니다. 아니면 차라리 미네오카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확실하게 독자에게 보여주는 도서 추리물의 형태를 가져가는게 더 맞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두번째로 미네오카 트릭의 핵심인 메카리 제사 사진 공작도 조금 이상했어요. 원래 사진을 찍은 가지와라가 제사 당일에 컬러 슬라이드로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잡지에서 가지와라라는 이름만 보았을 뿐, 미네오카가 가지와라와 대면한 것은 사건 발생 얼마전 딱 하루 만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무려 두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범행에 대한 확신을 얻어갔다고 보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거든요. 첫 대면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락을 취했다는 정도의 부연설명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사회파 작가로 유명하지만 (뭐 본인은 그닥 좋아한 명칭은 아니라곤 해도) 정통 추리 분야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장편다운 꼼꼼하고 디테일한 묘사도 인상적이었고요.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감점했으나 추리 애호가라면, 특히 알리바이 파헤치기 류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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