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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킹을 찾아라 - 노리즈키 린타로 / 최고은 : 별점 2.5점

킹을 찾아라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엘릭시르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이한 별명의 네사람이 모여 교환살인을 모의하고 대상과 순번을 정한다. 방법은 트럼프카드 뽑기. 첫번째 범인 와타나베 기요시의 범행을 시작으로 아무 관련없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명확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노리즈키 총경은 아들 린타로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 이 작가 장편은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이후 두번째네요.
작품의 시작은 네명의 사람이 모여 교환살인을 모의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일종의 도서추리물 느낌이 드는게 특이했습니다. 이후 범인 중 한명인 와타나베 기요시의 범행을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더욱 그러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요. 이후는 일반적인 추리물 형식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전작보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장점이나 추리적인 완성도는 그닥인 작품이었습니다. 이유는 우연과 작위적인 전개에 더해 내용에서 경찰 수사의 헛점이 여실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완벽해 보이는 교환살인이 발각되는 이유가 와타나베의 바보같은 실수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실수는 노리즈키 총경이나 주변 증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한번만 만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위조지폐'로 비롯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했어요. 와타나베는 맨손으로 지폐를 만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또 지갑에는 어떻게 넣었을까요? 이후 와타나베가 은행에서 도주하다가 차에 치어 죽었다는 것 역시 작위성의 극치죠. 여기서 체포되었더라면 진상은 한번에 밝혀졌을테니까요. 교환살인 추리의 근거가 되는 카드 발견 역시 나라자키가 카드를 남겨두고 도주한 탓으로 순전히 운에 불과하고요.
또 카드 발견 이후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여 교환살인에 대해 두명이 아니라 세명, 세명이 아니라 네명이 얽혔다고 추리하는 부분은 딱히 대단한 추리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두명이 아니라 세명이었다면 네명도 당연히 가능하겠죠. 이건 추리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요.
이러한 점들로 인해 페이지가 중간을 넘어갈 때 까지는 솔직히 별볼일 없었습니다. 작가의 이름값에서 기대되는 정통추리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후반부, 경찰이 숨통을 조여오고 위조된 협박장을 받은 이후 범인들이 오히려 자수하여 혐의를 축소하려는 공작을 벌이는 부분부터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첫 장면부터 독자를 범행모의에 끌어들여 앞부분 전개를 지루하게 만들지만 중요한 정보를 교묘하게 감춘 탓에 독자와의 두뇌게임이 제대로 벌어지거든요. 노리즈키 린타로와 독자가 공정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이고요.
덧붙이자면 진상에 대한 아이디어도 탁월합니다. 교환살인을 테마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여태 이런 발상의 작품은 본 적이 없네요. 남겨진 용의자가 '살인을 모의했지만 나는 저지르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니! 교환살인 모의가 중죄일 수는 있으나 범행 실행 이전이라면 그 형량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것을 이용한 주장인데 교환살인의 가장 큰 맹점, 첫 범행으로 이득을 본 뒷사람은 범행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에 누가 먼저 범행을 저지르냐가 중요하다는 맹점을 한방에 해결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진상과는 살짝 어긋나지만 사실 누가 살인을 저지른 다음이라면 뒤에 남은 사람은 '사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반은 장난이었다' 라고 자수하면서 범행을 불어도 되니까 정말로 타당한 발상이죠.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이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라는 것인데 순수하게 원한관계였다면 아무 문제 없을테니...
단지 이 맹점만을 가지고 작품을 쓴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이라면 이 작품은 이 맹점을 가지고 두뇌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요.)

허나 탁월한 발상과 빅재미의 후반부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앞서 이야기한대로 경찰 수사의 헛점 부분인데 세키모토 마사히코에 대해 충실히 수사했다면, 그래서 그의 진짜 동기를 알아내었더라면 사건은 보다 빨리 해결됐을테죠. 이런 대형사건이 자수한 용의자의 자백에만 의지하여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나라자키를 살해했다는 내용은 완전히 사족이었습니다. 나름 교묘한 작전으로 혼자서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던 조시마에게 철퇴를 내리기 위한 작가적 의도로 보이긴 했으나 좀 오버한 듯 싶더군요.
마지막으로 카드에 이름을 맞추었다는 발상과 그에 따른 진상은 꽤 그럴듯하고 재미도 있긴 하나 작위적이라는 점에서는 감점요소이긴 합니다. 사실 카드가 킹이냐 조커냐는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설정과 전개는 진부하고 사건은 우연이 많이 개입되어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부분이 많지 않으나 마지막 부분의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후반부 아이디어를 보강하여 노리즈키 린타로 류의 정통파 추리소설보다는 범죄 스릴러로 전개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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