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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8

J호러, 할리우드를 쏘다 - 이치세 다카시게 / 이은경 : 별점 2점

 

J호러, 할리우드를 쏘다 - 6점
이치세 다카시게 지음, 이은경 외 옮김/서해문집

일본의 영화 프로듀서 이치세 다카시게의 자서전. <울트라Q>에 크게 자극받은 어린시절에서 시작하여 미국에서 <그루지>를 히트시키는 성공한 제작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성공담 자체는 밋밋해요. 크게 좌절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일이 별로 없거든요. 오히려 너무 운이 좋았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두번째 제작작품이 베니스 영화제에 소개되고 26세에 무려 10억엔짜리 대작인 <제도이야기> 프로듀서를 맡았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때문에 흔해빠진 성공담류의 재미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대신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링>, <주온>에 이르기까지 이치세 본인이 작업한 작품들은 물론 관련인물과 당대에 유명했던 히트작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며 몇가지 뒷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부분에서의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제가 본 영화도 상당히 많아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예를 들면 홍콩 영화의 성장에 깜짝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천녀유혼>을 봤을 때의 이야기나 <공작왕>의 일본쪽 프로듀서로 일하며 영감을 얻어 <제도이야기> 후속작인 <제도대전> 기획 시 홍콩영화처럼 SF가 가미된 액션물로 만들면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여 감독도 남내재 (<공작왕> 감독)를 섭외하였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본인이 감독까지 맡게된 후 결국 대차게 말아먹은 이야기 같은 것이요. 발상은 괜찮은 것 같은데, 감독이 문제였나?
또 미국에서 V시네마 제작자로 활동하던 때 지금은 대배우로 성장한 비고 모텐슨, 버지니아 매드슨, 러셀 크로우 등을 출연시켰다는 것이라던가 <크라잉 프리맨>을 1,000만불의 예산으로 제작할 때의 일화도 재미있었습니다. <크라잉 프리맨>의 제작 - 감독 컴비가 <늑대의 후예들>로 대박 떴다라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 <크라잉 프리맨>은 꽤 괜찮게 감상했는데 잘 나간다니 왠지 모르게 기쁘군요.
그리고 제작자로서의 특히 일본 호러 영화의 전문가로서 명확한 의견 제시도 괜찮았던 부분입니다. 일본식 공간에서 공포감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그루지>는 무대를 일본으로 하여 촬영했다는 것 같은것 말이죠. <링>의 미국판에서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오는 장면이 너무 넓은 집이라 별로 무섭지 않았다는 것을 타산지석삼았다고 하는데 그럴듯했어요. 확실히 도망칠 구석이 별로 없는 좁아터진 일본식 원룸에서야 귀신이 TV에서 나오면 도망갈데가 별로 없긴 하겠죠.

아울러 이 친구 (저하고 거의 동년배니...)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고 관객이 돈을 낸 값어치를 주어야 한다는 마인드인데 이 부분은 제가 존경해마지 않는 제작자 로저 코먼과 비슷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로저 코먼과 비교 자체가 불가할만큼 필모그래피는 보잘것 없고 성공 자체도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앞으로의 성공여부도 불투명 (실제로 <그루지>이후는 뭐 별거 없죠)한 것은 분명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솔직히 이 정도 성공담은 싸이의 빌보드 점령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보이는, <그루지> 성공에 기댄 철저한 기획도서지만 8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 까지의 일본을 중심으로 한 영화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거의 안계시겠지만 이 당시 일본 영화나 J호러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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