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1disc)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최대인 오쿠도와 댐의 안전관리요원 토가시는 조난자 구조 중 죽은 동료 요시오카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요시오카의 약혼녀 치아키가 댐을 방문한 날, 테러조직 아카이츠키 (赤月)가 댐을 점거했다. 직원들을 인질로 잡은 조직은 50억 엔의 돈을 요구했다. 우연히 외부로 나갔던 덕분에 홀로 인질이 되지 않은 토가시는 눈보라로 인하여 댐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테러조직과 맞서는데...
심포 유이치의 대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2000년 작품으로 그간 읽었던 작가의 소품 느낌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스릴러물입니다.
이 작품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들과 맞선다는 내용은 "다이하드"로 익숙한, 굉장히 많이 반복된 주제입니다. 때문에 뻔한 설정을 다르게 포장해야 하는데 보통 무대 배경과 주인공 설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대는 "눈으로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일본 최대의 댐"이며 주인공 토가시는 눈 덮인 산에서의 등산 및 구조 활동으로 단련된 산사나이이자 댐 관리요원으로, 댐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현직 경찰이나 그린베레 출신의 요리사보다 현실적이고, 단지 특이한 포장용 설정도 아닙니다. 토가시의 능력은 중반까지 꽤 효과적으로 사용되거든요. 특히나 토가시가 테러리스트들이 댐을 폐쇄하자, 파이프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이용하여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파이프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간파한 지식과 더불어 댐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 (산소마스크, 탈출 후 불을 붙여 동사를 방지하려는 목적의 폐지와 라이터)을 이용하는 모습이 굉장히 설득력 있고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테러범과 맞서며 처음으로 총을 쏠 때의 어설프고 겁에 질린 모습도 그럴듯했고 말이죠.
서장이 댐이 방류하는 물소리가 나지 않는 부분에서 범인의 작전을 깨닫는 장면, 범인인 우츠미의 트릭, 즉 댐 안에 있는 테러조직과 멀리 떨어진 경찰 사이를 아무도 모르게 제3의 장소에 숨어서 중계하며 완벽하게 조종하고 탈출구까지 마련해 놓는다는 트릭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대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풍모가 느껴졌달까요? 마지막에 밝혀지는, 요시오카가 죽어가면서까지 구한 조난자가 테러범이었다는 깜짝 반전도 좋은 아이디어였다습니다.
그러나 기발했던 토가시의 1차 탈출 이후에는 급격히 망가지는 단점이 너무 큽니다. 일단은 토가시가 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실패한 탓이 큽니다. 친구의 죽음 때문에 자책하고 "꼭 돌아가기로 약속했다" 하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높은 사지에 별다른 준비 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테러리스트 몇 명 죽였다고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덧붙이자면 토가시가 돌아갈 결심을 하는 장면의 신파조 넘치는 연출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았을 텐데 마지막 장면은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황당합니다. 스노우모빌 한 대가 터졌다고 눈사태가 딱 맞게 일어나는 것도 우습지만, 눈에 뒤덮여 추락한 헬기에서 테러조직의 리더 우츠키가 살아남아 토가시와 1:1 맨손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제가 본 영화 역대 워스트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테러 조직의 일원 한 명의 복잡한 과거사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경찰들의 모습도 내용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으며, 고작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낡은 감을 주는 것도 옥의 티입니다. 영상과 음악, 테러리스트 두목은 낮은 목소리로 음침하게 웃고, 테러리스트들은 짧은 대사를 독특한 억양의 하이톤으로 말하는 식의 진부한 연기도 짜증나는 점이었고요. 그리고 마츠시마 나나코가 연기한 히로인은 예쁘기는 했지만, 도대체 왜 등장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최종 별점은 2점. 잘 만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애매한 부분이 많이 보이기에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작가인 신포 유이치가 직접 각본을 썼다고 하는데 좀 더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집중하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영화에 어울리는 장면이니까 이런 건 꼭 넣어야지! 라고 생각했겠지만 쓸데없는 전투와 액션으로 러닝타임이 소모된 감이 너무 큽니다. 훨씬 잘 만들 수 있는 영화로 보이는데 이래저래 아쉽군요. 원작이나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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