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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화이트아웃 - 와카마츠 세츠로 (2000) : 별점 2점

 

화이트아웃(1disc) - 4점
/에스엠픽쳐스(비트윈)

일본 최대의 오쿠도와 댐의 안전관리요원 토가시는 조난자 구조 중 죽은 동료 요시오카때문에 괴로워한다. 요시오카의 약혼녀 치아키가 댐을 방문한 날, 테러조직 아카이츠키 (赤月)가 댐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인질로 잡은 뒤 50억엔의 돈을 요구하고, 우연히 외부로 나갔다가 홀로 인질이 되지 않은 토가시는 눈보라로 인하여 댐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테러조직과 맞서게 되는데...

하기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포 유이치의 대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2000년 작품입니다. 작가의 소설은 소품 느낌의 작품만 읽어보았는데 그와 전혀 다른 대형 액션 스릴러 장르물이죠.

이 작품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들과 맞선다는 내용은 <다이하드> 로 익숙한, 굉장히 많이 반복된 주제입니다. 때문에 뻔한 설정을 다르게 포장해야 하는데 보통 선택하는 방법은 무대배경과 주인공의 설정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대는 "눈으로 둘러쌓인 요새와 같은 일본 최대의 댐"이며 주인공 토가시는 눈덮인 산에서의 등산 및 구조 활동으로 단련된 산사나이이자 댐 관리요원으로 댐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거든요. 
현직 경찰이나 그린베레 출신의 요리사보다 현실적일 뿐더러 단지 포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반까지 꽤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토가시가 테러리스트들이 댐을 폐쇄하자 파이프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이용하여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이 백미에요. 파이프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간파한 지식과 더불어 댐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 (산소마스크, 탈출 후 불을 붙여 동사를 방지하려는 목적의 폐지와 라이터)을 이용하는 모습이 굉장히 설득력있고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테러범과 맞서며 처음으로 총을 쏠때의 어설프고 겁에 질린 모습도 그럴듯 했고 말이죠.

그러나 이 기발한 1차 탈출 이후에는 작품이 급격히 힘이 빠집니다. 일단은 토가시가 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실패한 탓이 커요. 친구의 죽음때문에 자책하고 "꼭 돌아가기로 약속했다" 하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높은 사지에 별다른 준비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돼죠. 테러리스트 몇명 죽였다고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덧붙이자면 토가시가 돌아갈 결심을 하는 장면의 신파조 넘치는 연출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았을텐데 마지막 장면은 뭐라 말하기 힘들정도로 황당해요! 스노우모빌 한대가 터졌다고 눈사태가 딱 맞게 일어나는 것도 우습지만 눈에 뒤덮여 추락한 헬기에서 테러조직의 리더 우츠키가 살아남아 토가시와 1:1 맨손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제가 본 영화 역대 워스트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테러 조직의 일원 한명의 복잡한 과거사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경찰들의 모습도 내용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으며 고작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낡은 감을 주는 것도 옥의 티에요. 영상과 음악, 테러리스트 두목은 낮은 목소리로 음침하게 웃고, 테러리스트들은 짧은 대사를 독특한 억양의 하이톤으로 말하는 식의 진부한 연기 역시도 짜증이 날 정도였고 말이죠. 그리고 마츠시마 나나코의 히로인은 예쁘기는 하지만 왜 등장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물론 서장이 댐이 방류하는 물소리가 나지 않는 부분에서 범인의 작전을 깨닫는 장면이라던가 범인인 우츠미의 트릭, 즉 댐 안에 있는 테러조직과 멀리 떨어진 경찰 사이를 아무도 모르게 제3의 장소에 숨어서 중계하며 완벽하게 조종하고 탈출구까지 마련해 놓는다는 트릭은 아주 괜찮았어요. 대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풍모가 느껴졌달까요? 마지막에 밝혀지는, 요시오카가 죽어가면서까지 구한 조난자가 테러범이었다는 깜짝 반전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최종 별점은 2점. 잘만든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이래저래 애매한 부분이 많이 보이기에 감점할 수 밖에 없네요.

덧붙이자면 작가인 신포 유이치가 직접 각본을 썼다고 하는데 좀 더 짜임새있는 스토리에 집중하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영화에 어울리는 장면이니까 이런건 꼭 넣어야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쓸데없는 전투와 액션으로 러닝타임이 소모된 감이 너무 큽니다. 훨씬 잘 만들 수 있는 영화로 보이는데 이래저래 아쉽군요. 원작이나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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