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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조선 명수사관 다산 정약용 - 별점 1점

조선 명수사관 다산 정약용 - 2점
강영수 지음/로하스

정약용을 탐정으로 내세운 단편 옴니버스 구성의 역사 추리물.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죽은 자도 말한다.
두 발로 선 꽃
녹두패의 비밀
약속
강물 속에 숨다
술 취한 새우
세 개의 비방
계책 속의 계책
꿈길을 찾아온 노인
저승에서 온 편지
금서
죽음을 부른 사랑의 시
죽은 여인의 몸값
괴이한 파자 법
기이한 목걸이
눈 위를 달리는 뱀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형편없더군요. 이런 책을 돈을 받고 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될 정도였어요.
일단 이야기들의 완성도가 낮아요. 기승전결이 없다시피한 뜬금없는 전개에 황당 결말로 일관한다던가, 아니면 아예 결말 자체가 없는 식이라 읽는 것 자체가 힘들정도였거든요.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가 불륜이나 비전의 미약, 미향 등을 이용한 정사 등 얄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치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며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만한 것도 별로 없는 등 도저히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더군요.
덧붙이자면 주인공이 정약용이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에서 역사추리물 유행에 편승한 작품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정조의 은밀한 지시라던가 정약용의 신앙 등의 떡밥이 던져지는데 전혀 회수되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완성도만 놓고보면 별점 한개도 과합니다.

그러나 장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먼저 당시 시체 검안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들을 들 수 있겠죠. 갯버들 나무껍질을 상처 부위에 덮으면 흔적이 짓무르고 색깔이 검게 변해 구타 흔적을 찾기 어려워진다던가, 화재 현장 검증을 위해 재를 쓴 뒤 영초에 절인 종이를 깔아서 핏자욱을 확인한다던가, 다른 상처들과 구분하기 위해 감초즙으로 시체를 닦는다던가, 시체 냄새를 막기 위해 진마유를 코 밑에 바른다던가 하는 내용은 제법 상세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몇몇 이야기의 경우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첫번째 이야기 <죽은 자도 말한다>는 불륜으로 인한 며느리의 자살사건인줄 알았던 사건이 사실은 시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른 것이라는 내용으로 반전이 제법 괜찮고 <두발로 선 꽃>에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이용한 암호트릭, 즉 이 중에서 한일자가 없는 것은 "묘"자 하나뿐이라는 것도 꽤 그럴듯 했거든요. <꿈길을 찾아온 노인>에서 아들이 죽은 후 아이 하나를 낳기 위해 며느리를 겁간하려 하는 시아버지라는 막정 설정도 후손을 남기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상과 결합하여 잘 설명해 주고 있고요.

그래도 이 정도로 평가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에요. 앞서 괜찮다고 이야기한 암호트릭은 작품 전개와 상관없는 스쳐지나가는 내용에 불과하며 양의 창자를 이용한 일종의 "콘돔"으로 아랫도리를 통해 여성을 독살시켰다는 이야기에서 콘돔에 남은 정액의 양을 증거로 들이대며 범인이 소갈증이라 정액 역시 그 양이 적을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친다거나 <세원록>에 실린 "험적골친법"을 통해 해골 위에 친생자의 피를 떨어트리면 피가 뼛속으로 스며든다는 이론(<저승에서 온 편지>)이 핵심 증거로 등장하는 등 고증에 집착하여 설득력을 망각한 역사추리물 특유의 문제가 두드러지기도 하고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1점. 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구입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만 해 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의 역사추리물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특히 <꿈길을 찾아온 노인>은 조금만 손을 대면 아주 괜찮은 작품이 될 수도 있어 보였거든요. 이쪽 부분의 가능성만 확인한 수준인데 앞으로 많은 작가들에 의해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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