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특급살인사건 - 西村京太郞 지음/추리문학사 |
총기사고로 면직된 전직 경찰 다나베가 사립탐정 업무를 시작한 뒤 어느날, 한 부인이 자신의 임신한 딸을 에스코트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는 부인의 딸 유미꼬와 같이 오사카에서 사세베까지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의뢰를 완수한 직후, 공갈범 전과가 있는 기구찌 이사오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피해자의 책상 서랍에서 다나베가 에스코트 의뢰를 수락한 뒤 작성했던 영수증이 발견된다. 경찰은 영수증을 확보한 뒤 전직 경찰관 다나베가 기구찌를 협박한 증거로 삼아 다나베를 검거한다.
다나베는 사건 당일 사세베까지의 여행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위해 후미꼬와 유미꼬 모녀에게 증언을 요구하지만 모녀는 다나베를 모르는 사람으로, 오히려 유미꼬를 귀찮게 쫓아 다니던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고 다나베에게 걸린 혐의는 점점 깊어진다. 마침내 과거 다나베의 상사였던 도쿄 경찰청 수사 1과의 토츠가와 경부가 옛 부하를 구해주기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데...
여정 미스터리의 달인이라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기차 시간표 트릭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등장시킨 대표작을 작가별로 따져본다면 마츠모토 세이쵸에게는 "점과 선"이, 모리무라 세이이치에게는 "신간센 살인사건"이 있고 니시무라 교타로에게는 이 작품이 있는 것이겠죠. 예전에 읽었었지만 책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분명 예전 처음 읽었을 때에는 괜찮았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띄거든요.
물론 장점도 존재합니다. 저자가 기차 시간표를 늘어놓고 알리바이를 구상하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트릭인 기차 시간표 트릭은 아주 괜찮고, 모녀에 의해 다나베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궁지에 몰리게 되는 상황이 꽤 치밀한 편이라 설득력도 높은 편이거든요.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재미도 느껴졌고요.
토츠카와 경부가 직접 발로 뛰면서 수사하여 오로지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는 전개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약간 사회파스러운 분위기에 불필요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죠.
마지막으로 굉장한 악녀들인 두 모녀의 설정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과거의 불우한 경험때문에 돈에 대한 엄청난 집착과 인간성이 상실되었다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떠오르는데, 훨씬 앞선 시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그러나 단점도 너무 명확합니다. 우선 어수룩한 사립탐정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하는 모녀가 그 사립탐정이 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이 때문에 그가 예전에 근무했던 도쿄 경찰이 사건에 뛰어들며, 이후 범행 사실이 쉽게 발각되는 이유가 되어 버리거든요. 작전의 핵심은 마나베를 옭아매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치밀한 사전 조사와 준비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전직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기구찌 이사오와 모녀와의 관계도 조금만 조사하면 쉽게 드러나는 동기가 있고, 결국 밝혀진 동기와 과거 때문에 다른 살인 사건들마저 발각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술했고 말이죠.
또 관련자들을 전부 죽이다보니 이래저래 너무 많이 죽이게 되는데 모녀가 살인을 통해 어느 정도 이상의 재력을 손에 넣었다면 청부 살인쪽을 보다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복잡한 알리바이 트릭을 써가며 몸으로 직접 해결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시킨다면 그 누군가의 입을 막아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덧붙이자면 기차 시간표 트릭 자체는 괜찮긴 한데 결국 기차를 경찰관들이 "한번만" 타 보고 바로 진상을 꿰뚫는다는 점에서는 좀 허무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나오는 27분 밖에 없는 시간의 갭이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오기에 별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번역도 깔끔하고 어느정도 재미도 있지만 저자가 알리바이 트릭을 먼저 개발(?)하고 그 이후에 플롯을 가져다 붙인 듯한 어색함도 느껴지는, 범작 수준에 머무른 작품입니다. 허나 이런 정통 기차 시간표 트릭의 교과서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 만큼 이쪽 장르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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