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거미 클럽 -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업무 때문에 차를 자주 가지고 다녀서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즈음입니다만 석원님의 포스트에서 관련 글을 읽고 필받아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예전에 읽었었지만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차에 후루룩 읽고, 마침 리뷰도 작성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써 봅니다.
SF로 더 유명한 작가 아시모프의 단편집으로 제목 그대로 "흑거미 클럽"이라는 일종의 사교 클럽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은 매 단편마다 바뀌는 초대 손님이 가져온 사건을 클럽 회원들이 분석을 거듭하며 나름의 의견들을 내놓다가 마지막 진상은 급사 헨리가 탐정역을 수행하며 밝혀낸다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예외인 작품도 있긴 있습니다만...)
여러모로 설정면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일 뿐더러 추리사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생각되네요. 탐정역의 급사 헨리의 캐릭터도 조용하지만 신중하고 냉정한 면이 꽤 마음에 들고요.
또 사건을 외부에서 가져온 것을 놓고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 요소인 만큼 안락의자형 추리물에 가깝긴 하지만 클럽 회원들의 직업이 전문성 높은 변호사나 암호전문가, 화학자, 수학자 등일 뿐더러 각자 성서나 영문학 등 특이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라서 사건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이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현실적이면서도 현학적인 재미를 전해주거든요. 이러한 점은 "구석의 노인"과 같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자와 탐정이 등장하는 구조에서 한단계 진보된 설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단편 끝부분에 아시모프가 추가한 개인적 내용의 글들이 추가되어 있는데 이 후일담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의 상황이나 아시모프의 유머 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작가 아시모프도 상당히 즐기면서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추리적 요소는 그다지 대단하거나 기발하지 않다는 점은 아쉽네요. 사건들도 평범한 사건들 위주고요. 아울러 아시모프의 담백한 문체도 심심했으며 작가 특유의 불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장황하게 나열하는 부분도 많아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즐길거리가 훨씬 더 많은 것은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저와 같은 추리단편집 팬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작품집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으로는 "일요일 아침 일찍", 내용적인 기발함과 재미로는 "회심의 미소"와 "뚜렷한 요소"를 꼽고 싶네요. "가짜 Ph"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남자들만의, 그리고 회원들은 모두 "닥터"의 호칭을 가지는 기발하고 명석한 사교클럽, 저도 가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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