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06/24

제 6계명 - 로렌스 샌더스 : 별점 3.5점

제6계명 1 로렌스 샌더스/고려원(고려원미디어)

빙햄 투자기관의 조사원 샘 토드는 손데커 박사라는 인물이 백만불의 후원금을 얻기 위해 신청한 연구의 조사를 위해 오지와 같은 시골마을 코번으로 떠난다. 손데커 박사는 그가 운영하는 요양기관과 연구소만이 마을을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탓에 쇠락해 가는 코번 마을을 그나마 지탱하는 유일한 인물로 남다른 카리스마와 설득력을 지닌 천재였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토드는 그가 하는 연구는 세포의 노화를 유발하는 X라는 요소를 배재하여 인간을 불멸, 불사의 존재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토드는 요양소에서 불분명하게 사망한 인물들이 여럿 있다는 것과 요양소에서 일하던 노인이 어느날 알 수 없이 실종되었다는 사실 등 손데커 박사의 매력 뒤에 감추어진 수수께끼와 같은 여러 사건을 접한 뒤 박사와 그의 연구에 대한 의심이 깊어 가는데....


로렌스 센더스의 유명한 작품 "제 6계명" -살인하지 말라- 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전에 이미 "앤더슨의 테이프"와 "피터 S의 유혹"이라는 작품 2개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특히 "피터 S의 유혹이)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고 시드니 셀던과 비슷한 통속소설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죠. 그래서인지 유명한 작품이고 구하기도 별로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헌책방 쇼핑 도중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정말 물건이네요!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한번에 쭉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먼저 시니컬하면서도 냉정한 판단력의 주인공이 주로 탐문과 조사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과거 전성기 시절의 하드보일드 공식에 충실한 묵직한 전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리적인 부분과 스타일까지도 거의 유사하더군요. 그러나 단순한 모방작은 아닙니다. 기존 하드보일드의 사립 탐정이나 형사와 다른 다른 특이한 직업의 탐정이 주인공일 뿐더러 의학 스릴러라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가 더해져서 현대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거든요.
그리고 하드보일드 분위기의 작품치고는 그다지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원래대로의 공식이라면 중요 증인들이 중간중간 계속 죽어나가면서 이야기가 연결되겠지만 이 작품은 중요 증인 한명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부분에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짐과 동시에 주범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한번에 죽어버린다는 점에서 새롭기도 하고 내용 전개도 보다 깔끔하게 느껴졌어요.

미친 과학자가 불멸, 불사의 존재를 연구하다가 파국을 맞는다는 전형적인 줄거리 역시 나름의 과학적, 의학적 설득력을 지니는 요소들을 첨가하고 있어서 좋았는데 특히 미지의 세포 조직인 "X"라는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과정과 그 결과물은 나름 쇼킹합니다. 아주 옛날에 읽었었던 "엔젤딕"이라는 이현세 만화의 "미완의 변태"편의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이현세씨가 이 작품을 읽고 모티브를 얻었으리라는 강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복잡한 인간관계를 묘사함으로써 (물론 이러한 사소하고 큰 상관없은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가 재미있어서 그다지 늘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소설이 필요이상 길어진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기는 하며 제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성적 묘사가 제법 등장한다는 것은 좀 아쉽네요. 뭐 그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요.

어쨌건 결론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로렌스 센더스라는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전에 읽었던 작품들만 보더라도 실망스러운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글재주는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작품은 전작들의 아쉬운 부분을 거진 걷어내고 재미까지 덧붙여졌을 때의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네요. 그야말로 포텐터진 유망주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또다른 걸작 시리즈라는 "대죄" 시리즈도 한번 구해봐야겠습니다.

PS : 저는 마지막 엔딩에서 주인공이 애인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의 엔딩과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한 연상이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