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급 6 - 출판사/한뜻 |
한때 괴담류 서적의 붐을 타고 쏟아진 기획 도서 시리즈 중 한권. 터미널 가판대에서 접할 수 있는 싸구려(?) 급조 기획물이죠. 평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헌책방 쇼핑중 우연찮게 이 일본편만 한국 추리문학계의 큰 기둥 중 한분이신 "정태원" 선생님께서 편역했다는 것을 알고 주저않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싼 가격에 두께도 얄팍하니 적당한 만큼 쉬엄쉬엄 읽기에도 좋을 뿐더러, 정태원 선생님이 손댄 덕분인지 유치찬란 싸구려 표지와 기획의도에 걸맞지 않게 내용이 무척 알차서 마음에 듭니다. 선정 작가들이 일본 단편의 제왕인 아토다 다카시와 호시 신이치, 아카가와 지로, "허무에의 공물"로 유명한 나카이 히데오,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오야부 하루히코 등등 화려한 편이거든요. 또 추리 작가들이 많아서 추리적으로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단편 끄트머리에 짤막하게 소개되는 정태원 선생님 특유의 작가 소개 부분도 좋았고요.
그러나 역시 기획 도서의 한계이자 특성으로 보이는데 대부분의 수록작들이 2~3페이지 내외의 꽁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깊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225페이지짜리 책에 실린 단편이 40편이 넘으니 작품으로서의 기본 수준을 갖추지 못한 정말로 형편없는 이야기들도 많아요. 특히 아토다 다카시 작품들이 그런데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은 수준의 작품도 제법 있더군요. 이 작가도 정말 작품 편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태원 선생님의 이름을 믿고 구입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품"의 기획의도를 따르면서도 고심해서 작품을 선정한 듯한 정태원 선생님의 노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소장가치가 있는 걸작선은 아니지만 일본 단편을 좋아한다면 한번 접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내용 요약은 워낙 형편없는 작품도 많아 하지 않겠습니다만, 베스트로는 기발한 발상과 서늘한 반전이 인상적인 전형적인 아토다 다카시 스타일 작품인 "스타탄생", 야구장의 홈런볼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적 성향이 짙은 "검은 홈런", 두 남자의 결투를 다룬, 추리물에 가까운 "색다른 결투", 피식하는 재미가 있는 "저주의 나이프", 여기까지는 모두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이었고 그 외에도 순문학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엽기적인 상상력이 잘 발휘된 하야마 요시키의 "시멘트통 속의 편지", 짤막한 꽁트지만 제목과 이야기 전개가 잘 어우러져 극적 반전을 짧은 페이지 안에서 이끌어 내는 이쿠시마 지로의 "유전"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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