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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박영난 : 별점 4.5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시아출판사

다리에 총상을 입고 휴직 중인 형사 혼마는 죽은 아내의 먼 친척인 구리자키 가즈야라는 엘리트 은행원에게 개인적인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그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가 가즈야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려다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 의뢰를 수락한 혼마는 쇼코에 대한 조사해 나가다가 세키네 쇼코라는 실제 인물과 실종된 가즈야의 약혼녀는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입니다. 원제가 더욱 마음에 드는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출판되었네요. "천재 정신과 의사의 살인광고"처럼 제목으로 범인을 알려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케 하기 때문에 별로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건, 이 작품은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혼마가 가즈야의 의뢰로 세키네 쇼코를 찾아 다니는 전반부와 실제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그 동기와 방법을 밝혀내는 후반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울 뿐더러 진상이 밝혀지게 되는 이유들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범인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에 대한 묘사가 압권입니다. 살인범이지만 그러한 행동이 이해가 될 수 있을만큼 개인 채무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덕분에 감정이입은 물론 굉장히 높은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가 철저하게 제 3자로 등장하여 그녀의 심리는 절대로 표현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독특한 점으로 작품의 냉정하고 공포스러운 면이 배가되는 듯 싶더군요.

그리고 추리적으로는 사회범죄를 다룬 사회파 기법의 작품답게 사회파 형사들의 추리 - 수사방식과 유사한 탐문과 증언 등을 토대로 수사가 이루어지는데 수사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을 뿐더러 추론을 통해 진상을 짐작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부분이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트릭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신조 교코가 타겟이 되는 인물의 데이터를 빼 내는 방법에 대한 부분만큼은 명쾌하고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러웠고요.

결론적으로는 추천, 아니 강추작입니다. 혼마 형사의 주변 묘사가 좀 지루할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작품이에요. 일본 추리 문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추리작가들은 많이 있고 국내에 소개된 작품 역시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러한 사회 범죄를 다룬 작품은 많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PS : 이 책을 읽고 나니 군대있을때 부대 간부가 어느날 카드를 칼로 박살내며 저에게 한 말이 기억나더군요. "카드는 인류의 적이야!" 김중사님.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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