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황금가지 |
실제로 "경제 저격수"로 10여년간 일해온 존 퍼킨스의 고백담. 스스로의 양심에 너무나 반하는 행위로 인해 결국 경제 저격수로 일하며 쌓은 위치와 돈을 포기한 후 여러 협박과 주위의 압력을 이겨내고 기록한 내용입니다. 제목만 보면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니지만, 한번 손에 잡으니 맨 뒷장까지 손뗄 수 없게 하는 재미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소재인 "경제 저격수"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타 국가의 경제를 유린하는 인물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면 한 국가의 전력 예상 수요를 굉장히 높이 산출하여 발전소나 댐 등의 사회 간접 자본에 대한 외자, 여기서는 미국의 돈을 쓰도록 유도한 후 실질적인 개발은 미국 기업에서 담당하여 결국 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해당 국가에는 어마어마한 채무만 쌓이게 하는 그러한 작업들을 진행하는 인물들이죠. 뭐 미국 입장에서는 애국자일 수도 있겠지만 해당 국가들이 볼때에는 정말이지 해도 너무한 상황들만 진행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 중 저자는 주로 "석유"를 주 매체로 삼아 활동한 만큼 남미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의 "활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왠만한 픽션을 넘어서는 재미가 넘칠 뿐더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이런 경제적 날강도 행위 이외에도 해당 국가의 위정자에 대한 여러가지 공작, 특히나 저자의 고백대로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너무나 청렴하고 고결한" 지도자가 등장하였을 경우에 경제 저격수가 실패하면 결국 "자칼"이 등장한다는 대목과 그 실례 -에콰도르와 파나마의 지도자가 암살당하고 결국 두 국가가 추구하던 노선이 변경되는 과정- 는 정말 충격적입니다. 파나마의 노리에가 사건은 저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실체를 알고 나니 더욱 화가 나네요. 저자의 말대로 앞으로 세계 정세, 특히 개발 도상국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저도 좀 차분히 분석해서 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읽고 나니 상당히 미국 의존도가 높았고 지금도 높은 우리나라를 생각해 볼때에는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빼앗기고 있는 걸까요? 거기에 아직도 석유재벌 "부시" 가문을 추종하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에는 정신이 아득해지고요. 여의도 광장에 운집하는 이른바 "건전 보수 세력"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그림자 정부"같은 황당무계한 책 보다는 이런 책이 보다 잘 팔렸으면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무리일까요?
여튼 별점은 4점.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많이 팔려서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PS : 이미 책이 발표되었으니 그럴리야 없겠지만 저자에게 "자칼"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봤자 우리나라에서는 기사화도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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