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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7

아내의 여자친구 - 고이케 마리코 / 오근영 : 별점 3점

아내의 여자 친구 - 6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대교북스캔(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

석원님 블로그에서 관련 정보와 리뷰를 읽고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장정과 디자인, 제목만 보아서는 추리쪽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석원님 글이 없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은데 먼저 감사 드립니다.

일본에서 꽤 잘 나간다는 여성 작가 고이케 마리코의 단편집으로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단편들의 소재가 주로 "가족"과 그 갈등관계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사건들도 이 갈등관계를 축으로 벌어지고 있어서 스케일이 작은 대신 현실감이 넘쳐서 독특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예를 들자면 첫번째 작품 "보살 같은 여자"는 고모, 새엄마, 여동생으로 이루어진 여성 중심 가족과 돈줄인 아버지와의 갈등관계. 두번째 작품 "추락"은 장인을 정점으로 하는 "가키누마 패밀리"에 속한 데릴사위 대학교수 가키누마의 은밀한 문제. 세번째 작품 "남자 잡아먹는 여자"와 네번째 작품 "아내의 여자 친구" 역시 한 가정 내에서 커지는 갈등관계를 다루고 있죠.
여성 작가다운 디테일하고 감칠맛나는 심리 묘사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추리적 요소가 많지는 않았고 괜찮은 설정에 비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부분에서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제법 있기는 합니다. 여운을 남기는 깊은 맛은 로얄드 달이나 아토다 다카시 같은 작가들에 비해서는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 되는 맛이 제법 있어서 추리적인 요소에 치우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여성판 아토다 다카시 느낌, 혹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추리소설같은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의 베스트는 제일 정통 추리 소설에 가까운 "보살 같은 여자"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남자 잡아먹는 여자", 표제작 "아내의 여자친구"입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읽는 재미는 있는 만큼 주위에서 발견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작품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보살같은 여자" :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요시마루 가문. 집안의 돈줄인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의 거동이 어려워지며 점점 히스테리가 심해지고 집안의 다른 모든 가족은 그러한 아버지에게 살의를 서서히 품게 된다.
이 작품으로 89년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단편상을 수상했네요. 제일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트릭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동기와 수법이 확실한 제일 정통 추리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입니다.

"추락" :
여사원 사카모토 미야코는 소설가를 꿈꾸며 자신이 다니는 문화센터 창작반의 강사 가키누마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와중에 사고로 추락사하게 된다. 하지만 가키누마는 미야코와 드라이브할 때의 뺑소니 사건을 은폐했던 이유로 그 기록을 미야코가 남기지 않았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미야코가 추락사하기 전에 남기는 글 때문에 자살로 포장되는 사고사 과정이 기발합니다. 뭔가 다른 트릭으로 포장해서 쓴다면 근사한 정통 추리물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좋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는 좀 실망스럽네요.

"남자 잡아먹는 여자" : 
하나뿐인 남동생이 결혼만 하면 남편이 사고로 죽는 여인과 결혼하여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 먼저 오랫동안 키워온 개가 죽고 다음에는 주인공의 아들이 사고로 죽게되며 이에 앙심을 품은 주인공은 시동생을 죽이려고 시도한다...
주인공의 심리의 흐름을 주로 묘사하는 심리드라마로 설정이 굉장히 좋습니다. 실제로도 있을법한 이른바 "남자 잡아먹는" 여인을 공포와 사건의 원흉으로 몰아가는 이야기구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설득력 있고 결말도 깔끔하면서도 나름의 반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서 애완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결국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이네요.

"아내의 여자친구" :
약간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주인공이 아내가 학창시절 여고 동창과 친해지며 집밖에 나가는 시간이 잦아지자 그 여고 동창을 살해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를 현장에 두고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의 심리를 처음에 집중적으로 묘사하여 주인공이 아내를 지극히,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과 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며 마지막 반전으로 독자의 뒷통수를 칩니다. 이 단편집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군요.

"잘못된 사망장소" :
한 방송인의 불륜상대인 여성이 그 방송인을 살해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 방송인의 가족에게 사실을 고백하지만 가족은 오히려 온 가족이 나서 그의 시체만 서둘러 본가로 옮기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가족"이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이 좀 특이하군요. 내용도 쉽게쉽게 진행되며 그다지 긴장감도 없고 설득력이 떨어져 이 책에서는 가장 처지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종막" :
감독의 아내와의 불륜으로 주연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그 여자의 집착을 견디지 못해 살의를 품고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를 통해 알리바이를 위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비하여 범행을 실행에 옮기는데...
범인, 그리고 범행의 과정이 먼저 나오는 도서형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트릭을 단서에 의해 밝혀내는 구조는 아니고 범인의 실수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때문에 완벽한 추리물로 보기는 좀 어렵네요. 그래도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단순하지만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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