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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2

SIN CITY - 프랭크 밀러

씬시티 박스 세트 - 전7권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세미콜론

영화탓이겠죠? 국내 출간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작품이 국내에 출간, 결국 완결되었습니다. 뭐 "그래픽 노블"이라는 거창한 쟝르명이 붙어있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만화더군요. 하지만 단순히 만화라고 하기에는 미안할 수준의 "작품" 이기도 하죠. 정말이지 다양한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책은 전 7권이며 각 권마다 영화에도 주요 스토리로 쓰인 마브의 복수극을 비롯해서, 소울 시티에서의 드와이트라는 인물의 복수극, 낸시와 하티건의 이야기 등을 비롯한 옴니버스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야기마다 기본 재미는 당연히 보장할 뿐더러, 이야기마다 일부 장면과 인물이 서로 겹치는 등의 재치있는 연출로 연작으로서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아티스트" 프랭크 밀러의 그림,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겠죠. "빛과 어둠의 아티스트"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달까요? 과거 미술 전공자로서 부러운 마음을 넘어 제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완벽하고 멋진 그래픽들이 난무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정말 꼭 봐야할 전공도서라 생각될 정도로요.

솔직히 취향이라 하기에는 힘들지만 톤이나 그래픽 효과가 전혀 없는 정말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강렬한 그림인 씬 시티라는 가공의 장소, 폭력과 죽음, 섹스와 에로티시즘이 극대화된 장소의 표현에 정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말로 "캐간지"랄까요? 영화에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지만 오히려 한컷의 그림이 더욱 임팩트를 전해주는 몇몇 장면들은 그림의 힘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묵직하고 단순하면서도 파괴적인 그림과 스타일은 마음에 들었지만 캐릭터와 그림을 그리는데 작가가 너무 도취되었는지 캐릭터들의 과장된 묘사와 표현이 너무 심해서 일부 장면에서는 캐릭터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또 한글화 자체와 인쇄는 좋은 수준인데 그래픽적인 부분에서의 한글 효과음이 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아쉬웠고요. 물론 이런 부분이 이 책의 가치를 절대 훼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럴 작품도 당연히 아니고요.

이제서야 포스팅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참 뒷북이겠지만 뭐 좋은 건 시간이 지나도 좋은 거니까요. 혹 아직 읽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바로 읽어 보시길. 소장하셔도 길이 남을 멋진 책입니다.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된 것은, 그것도 제대로 출간된 것은 정말이지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단, 하드고어한 이야기가 난무하므로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조심하시길)

PS : 그나저나, 처음 나올때부터 소중히 한권 한권 모아왔는데 막판에 박스셋을 내는 것은 무슨 경우? 전권 산 사람한테 확인받고 박스라도 한권 주던가. 이래가지고야 누가 처음부터 모아 나가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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