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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조디악 (Zodiac / 2007) - 데이빗 핀처 : 별점 4점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즈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 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 4일 블루 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 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힌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 혹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신문사의 업무는 일대 마비가 된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이후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하는 살인범은 처음이기 때문. 범인은 함께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한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고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뒤이은 살인 사건으로 사건은 커져만 가고, 모방범죄가 전국에서 속출하지만 유력 용의자는 거리를 활보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디악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크로니클의 만평가 출신인 그레이스미스는 범인의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실제 70년대 유명했던 연쇄살인범 조디악 킬러의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실제 존재했던, 그리고 아직 체포하지 못한 연쇄 살인범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어느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이 영화는 실존 인물들을 전부 등장시켜 논픽션에 가깝게 영화를 제작하여 더욱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는 부분이 차이점입니다. 실존 인물이자 조디악 킬러에 관한 책을 쓴 원 만평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개인적으로 조디악 킬러에 대해 조사해 나가고 결국 단서를 잡아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부각시키는 과정을 한편의 수사-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제 인물과 그가 쓴 책을 기초해서인지 정말 사실감이 넘치더군요. 보다보면 추리소설 "호그 연속 살인" 에서 봄직한 범인의 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로왔습니다.

데이빗 핀처에게서 기대해 봄직했던 잔인한 묘사는 그렇게 많지 않고 거칠고 생생한 느낌의 촬영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정제되고 차분한 연출 역시 볼거리였습니다. 음악도 좋았고요.

단,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영화가 제법 길다는 점, 그리고 초-중반부의 중요 인물이었던 기자 폴 에이버리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야기의 중심축이 급격하게 그레이스미스로 넘어가는 부분 등이 약간 거슬리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의 간만에 보는 모습이 반가왔기 때문에 폴 에이버리가 꽤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어쨌건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중에서는 베스트로 꼽을 만큼 잘 만든 영화라 생각이 되네요. 마지막 마무리 부분, 즉 "진범은 누구인가?" 에 대한 답은 미결사건 답게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 한명을 지목할 수 있고, 또 그가 유력한 용의자임에는 분명해 보이기에 한편의 완결된 수사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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