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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백기도연대 雨 - 쿄고쿠 나츠히코 / 이길진 : 별점 2.5점

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솔출판사

일본에 있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은 직역하자면 "백가지 그릇 무리의 당연한 자루" 정도 되려나요? "백가지 그릇과 관련된 이야기 책"이라는 뜻으로 짐작됩니다만....

어쨌거나 이 책은 쿄고쿠 나츠히코의 다른 작품들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했던 괴물탐정 에노키즈를 주인공으로 한 중편집입니다. 그런데 화자인 전기배선공 모토시마부터가 원래 교코쿠도 시리즈의 주요 인물인 소설가 세키구치와 너무나 유사할 뿐더러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축은 추젠지 (교코쿠도)가 맡고 있기 때문에 교코쿠도 시리즈와 별다른건 없더군요. 에노키즈의 기묘한 언행이 보다 업그레이드되어 묘사될 뿐, 그의 특수한 능력,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것 역시 여전하고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전혀 없는, 스핀오프로 보기에는 애매한 작품이었습니다. 에노키즈의 괴이한 능력이 십분 발휘되는 작품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실려있는 3편의 중편 - <나리가마- 장미 십자탐정의 우울>, <가메오사 - 장미 십자탐정의 울분>, <야마오로시 - 장미 십자탐정의 분개> - 중 첫번째 이야기는 절대로 추리물이라 볼 수 없는 왁자지껄한 소동극이지만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는 대충 추리물의 얼개를 갖추고 있으며 제대로 된 쿄고쿠 나츠히코 스타일 추리소설이라서 그러한 작풍에 기대를 가진 저같은 독자에게는 꽤 만족스럽기는 했습니다. 중편들이라 너무 장황하고 긴듯한 묘사가 다른 장편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어 읽기는 수월했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특히 개인적인 베스트인 세번째 작품 "야마오로시"는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아주 괜찮은 트릭과 여러가지 사건들이 잘 맞물리는, 단서도 명확한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장편물에서도 지나치게 방대하다 느껴졌던 요괴나 주술에 대한 정보를 잔뜩 나열하는 부분은 중편분량 작품임에도 전혀 줄지가 않고, 캐릭터의 묘사 역시 비슷한 분량이라 사건에 대한 내용이 많이 축소되어 묘사된다는 단점이 눈에 많이 거슬리네요. 정통 추리물로는 많이 부족한 작품이 되어 버렸거든요. "탐정소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만큼 "이건 추리물이 아니야!"라는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요괴 이야기 등은 아무리 봐도 억지로 집어넣은 것 같은 티가 나서 영 별로였어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저에게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또한 쿄고쿠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확실히 2% 정도 부족해 보였어요. 괜시리 에노키즈를 끌어들이느니 그냥 쿄고쿠도, 즉 추젠지의 이야기를 중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아울러 번역, 특히 교정에서의 실수가 눈에 제법 뜨였던 것도 감점 요소 였습니다. 책 자체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좀 더 세심한 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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