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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마이클 더다 / 김용언 : 별점 2.5점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6점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을유문화사

퓰리처 상을 받은 평론가 마이클 더다가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창조자 코난 도일에 대한 일종의 헌사. 본인이 얼마나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에세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다가 어린 시절 <바스커빌가의 개>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으로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 "계림문고"로 처음 홈즈의 단편 시리즈들을 접했던 제 기억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홈즈의 단편 하나하나를 작은 소책자 형태로 낸 시리즈였는데 정말이지 아껴가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납니다. 남자아이들이 모험, 공포, 추리물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죠.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세계>로 대표되는 챌린저 교수 시리즈를 높이 평가한다던가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등 저와 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주 반가왔어요.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만나면 바로 친구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개인적 경험담과 함께 여러가지 도일의 작품과 다른 장르물을 소개하는데 이러한 소개글도 최고 수준입니다. 오랫동안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서평을 담당했고 퓰리처상도 받은 전문 리뷰어이기 때문이겠지만 서평으로 밥먹고 사려면 이정도는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독서 리뷰 중심의 블로거로서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이 책의 리뷰는 이 모양이니...)

여튼 이 책에서 추천하는 여러가지 작품들은 방법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소갯글 멘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여러분들이 부럽다"라는 말까지 등장하니 말 다했죠. 방대한 소개 작품 중 읽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
나폴레옹 시대 군인의 회고담이라는 <준장 제라르의 위업>과 <제라르의 모험>
1922년에 도일이 잡다한 단편을 모아 출간했다는 총 6권짜리 <코난 도일 작품선>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은 <코르스코의 비극>. "그들은 기독교를 포기할 수 있을까, 없을까? 그리고 갑자기, 답을 찾기도 전에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나고 결정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건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결말을 찾아봐야겠어요.

도일이 높이 평가했다는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죠. 도일에게 세계 최고의 단편이었다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의 <모래 언덕 위의 별장>
열정적으로 추천했다는 러디야드 키플링의 <연대의 북 치는 소년들>, <왕이 되려한 사나이>
최고의 유령 이야기라고 극찬했다는 에드워드 불워-리턴의 <귀신 들린 집과 유령들>

이외에도 로드 던세이니의 <조켄스 시리즈>도 멋드러지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약간 우려되는 것은 소개 작품 중 <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에 실려있는 <사라진 특별열차>와 <시계를 많이 가진 남자>는 읽어보았는데 소개글만큼 뛰어나거나 멋지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점이죠. 역시나 좀 입에 발린 소개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세상사는게 다 그렇죠.

아울러 코난 도일의 글솜씨가 참 좋았다고 소개하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확실히 시대를 초월한 거장에게는 남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번역본으로 접하면 그렇게 알기는 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도일의 문체와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해가 잘 된것 같아요.

그러나 개인적인 에세이로 가득차있기 때문에 특정 주제는 재미도 없고 별다른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더다가 "베이커 가 특공대"에 초대된 뒤 거기에 가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그가 특공대에 가입하면서 '랭데일 파이크'라는 호칭을 받은 뒤 랭데일 파이크에 대한 디테일한 가공의 약력을 창작하는 것은 좀 지나쳤어요. 솔직히 그닥 관심도 없는 인물인데다가 약력 자체가 너무 픽션과 현실을 오가고 억지스러운 인용도 많을 뿐더러 당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즉 셜로키언이 아니라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는 글이었거든요.
또 부제가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 약간은 작법서에 가까운 정보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내용은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도 역시나 단점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홈즈와 도일의 팬이거나 장르문학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은 에세이집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성향으로 흐른 점 때문에 널리 추천하기는 애매합니다. 단점도 명확하고요. 코난 도일의 작법에 대해 보다 철저히 분석하고, 셜록 홈즈 작품들의 스타일도 철저히 분석하고 여러가지 소개되지 않는 국내 미발표 작품들 중심으로 이야기되었더라면 별점 5점도 줄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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