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레드박스 |
1주간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격조했네요. 간만에 리뷰를 올립니다. <귀동냥>에 이어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운좋게 읽게 된 작품입니다. 리뷰 전에 자리를 빌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7년만에 모인 고교 동창생들이 하나씩 살해당한다는 연쇄살인물로 그간 서너편의 작품으로 접했던 니시무라 교타로의 도쓰가와 (토츠가와) 경부 - 가메이 형사 시리즈입니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죠. 그나저나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인 니시무라 교타로가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읽었던 국내 소개된 몇몇 작품들은 모두 정식 계약된 번역본이 아니었나 보네요.
어쨌거나 작품의 장점으로는 여섯명이나 살해당하는 거창한 사건이 그야말로 숨쉴틈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흡입력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재미 하나만큼은 제가 읽었던 작가 작품 중에서 최고로 치고 싶네요. 덕분에 트릭도 상당히 풍성한 편이라는 것도 장점이겠죠. 특히 작가의 주특기인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심리를 이용한 원격 살인트릭과 밀실 살인 트릭도 등장할 정도니까요.
아울러 "여정 미스터리"의 거장다운 풍모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좀 의외인데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 중 한곳이 도호쿠 지방의 아오모리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묘사나 설명은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 도호쿠 출신으로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역이용하여 향수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넓은 범위의 여정 미스터리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외지인이 느끼는 우에노 역에 대한 심도깊은 묘사가 대표적인 예겠죠. 귀향에 대한 애잔함을 살인사건과 교차하여 보여주는 묘사도 괜찮았고 말이죠.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범행 동기에 대한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죠. 범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너무나 부족해요. 7년동안 참고 지내다가 편지 한통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살의니까요. 살의를 불러 일으켰다는 편지 내용 역시도 솔직히 별달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편지 한통 받았다고 여섯명이나 살해하다니 이건 싸이코패스의 정도를 넘어선 중증 정신병자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어요.
또 우연과 작위적인 전개도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메이의 동창인 고교교사 모리시타에 관련된 에피소드로 그가 나쁜 마음으로 건드린 옛 제자 마쓰키 노리코를 다시 찾아나선 발단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데 거기에 더해 노리코가 현재 마치다의 연인으로 알리바이 공작을 완성하기 위해 모리시타를 이용하여 가메이를 속여 기차 시간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은 솔직히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토츠가와 - 가메이가 그때 그 트릭을 눈치채고 실험을 한다는 타이밍과 그 실험을 가메이가 진행한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나마도 일반인인 도쓰가와 경부의 아내가 눈치챌 정도로 허술한 시간표 트릭이라 경찰이 속아 넘어간 것 부터가 운이 좋았던 것 뿐이잖아요?
뭐 작위적인 전개야 이런 류의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점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결국 트릭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네요... 애써 어렵게, 연인까지 동원해가며 알리바이를 만들지만 이어지는 범행은 '내가 범인이다'라는 것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야스다를 살해하고 가와시마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자살한 것 처럼 위장했을때 살인을 일단 중지했어야죠. 아니면 하시구치 마유미의 자살로 위장한 살인까지만 벌이던가요. 결국 트릭을 풀 필요도 없이 마지막 미야모토 살해에서 마치다는 범인으로 확정되어 버리는데 이럴거면 뭐하러 어렵게 트릭따위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같이 탄 기차에 불이라도 지르고 도망가던가.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이 명확해서 감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중반부의 긴장감만 잘 살렸더라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중반 이후 범인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도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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