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년부터 베어스팬이고 근 십수년동안 베어스의 상징인 야구선수 김동주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김동주 선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팬덤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더군요. 간략하게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김동주 선수는 베어스의 레전드이자 KBO 역사상 최고의 우타자 중 한명입니다. 최고의 3루수라는 것도 거의 확실하고요.
그러나 과거일 뿐 현 시점에서는 타격, 수비 모두 하락세가 확연한 76년생 노장선수죠. 올 시즌 초 캠프에서 준비도 확실히 했다는 기사 등으로 반등을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혹자는 풀타임 출장했으면 나아졌을거라고는 하는데 몇경기 지켜본바로는 아쉽지만 롯데의 장성호 선수와 비슷한 정도의 스탯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두산의 주전 3루수를 꿰찬 이원석 선수는 3할에 두자릿수 홈런이라는 확실한 실적을 보여줬죠. 프로는 실력입니다. 이름 떼고 지난 3년간 성적으로 비교한다면 누가 감독이라도 이원석 선수를 주전으로 쓸 것입니다. 3루수 백업으로도 두산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젊은 야수진, 윤석민 선수라던가 최주환 선수 등이 버티고 있습니다. 백업은 주전이 확실한 동안 신예들이 차세대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자리가 되어야지 노장 선수의 자리 보존용으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타격은 둘째치고라도 주루와 수비 모두 확고한 우위가 없다면 더욱 젊은 선수를 써야죠.
지명타자로는? 욕은 많이 먹고 있지만 홍성흔 선수의 올시즌 활약은 준수했을 뿐 아니라 지난 몇년간 KBO 최고레벨의 타자였죠. 이 역시 이름을 떼고 본다면 비교할 가치도 없어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프로는 성적입니다. 물론 홍성흔 선수도 나이를 먹고있고 전반적으로 하향세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76년생 지명타자의 백업으로 76년생 타자를 준비할 수는 없죠. 최소한 김동주 선수가 2군에서라도 엄청난 성적을 보여줬더라면 모를까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김재환, 국해성, 오장훈, 김강 선수를 시험해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팬덤에서는 팀 케미스트리 이야기도 나오는데 김동주 선수가 다른 팀에서 뛴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영향따위는 없다고 봅니다. 그가 2군에 오래 머무는 동안에도 베어스는 여전히 강팀이었고요. 오히려 김동주 선수가 3루수 주전으로 나오거나 지명타자로 나오면 이원석, 홍성흔 선수를 비롯한 현재 주전들의 반감이 더 클거에요. 실력이 아닌 이름으로 야구를 하는건 돈을 받고 뛰는 프로의 자세가 아니죠. 그들의 성적이 부진하여 대신 출장한다 하더라도 앞서 말한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하는 시점이고요. 이원석, 오재원 선수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홍성흔 선수도 늙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아요.
결론내리자면 지금 시점에서 베어스는 젊고 강한 팀이고 리빌딩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잘 실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팀입니다. 현재 상황은 이전의 염전베어스 당시처럼 돈이 없어서 레전드를 못잡고 푸대접하는게 아니죠. 프로로서 성적과 제대로 된 팀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김동주 선수가 40인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덧붙여, 만약 소문대로 코칭 스태프 및 구단과의 관계가 틀어져 제대로 된 출장도 못하고 심지어 2군에서도 경기에 나갈 수 없다면, 더더욱 김동주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서 보란듯이 재기하는 모습을 기원하는게 진정한 팬이 아닐까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된다면 아쉽지만 응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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