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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고운초 이야기 - 요시나가 나오 / 송수영 : 별점 2.5점

 

고운초 이야기 - 6점
요시나가 나오 지음, 송수영 옮김/문학동네

어딘가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된, 고운초라는 소도시에서 카페겸 도자기 가게 "고쿠라야"를 운영하는 소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 총 5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고운초의 소우 할머니
구와바라, 구와바라
0과 1사이
나쁜 남자
싸리를 흔드는 비

오지랍넓고 성격 좋은 동네 할머니가 등장하는 일상계 작품으로 장점이라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일본 여성작가의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묘사입니다. 특히나 주인공인 할머니의 심리묘사가 놀라울 정도였어요. 작가의 데뷰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전개에서 어색하거나 무리하게 짜내지 않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힐링계스러운 서정적인 느낌도 좋았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죠. 떡하니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 라고 제목에 표시되어 있지만 내용은 솔직히 사건일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각 편마다 상세히 이야기한다면,
<고운초의 소우 할머니>는 할머니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가정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다는 내용인데 진상을 알게되는 방법은 "엿듣기"가 전부라 추리라고 부를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단순한 소거법으로도 결론은 뻔했고요. 그나마 수록된 5편의 작품 중 사건면에서 가장 추리소설다운 느낌을 전해 주기는 합니다만...
<구와바라, 구와바라>는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한바탕 풀어놓은 끝에 다다른 결론이 고작해야 가출한 할머니의 옛 친구는 고향집에 가 있더라... 라는게 전부였고요.
<0과 1사이>는 원조교제로 의심되는 관계를 지속하는 할머니의 PC 과외선생 이야기로 역시나 진상은 "엿보기"로 알아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나쁜 남자>는 개인적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 <청공>과 설정이 유사해서 시선을 잡아끌기는 했습니다만 하는 일이라고는 용의자가 만난 여성을 찾기 위해 동네의 아프간하운드부터 찾는다는 것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용의자가 왜 비밀을 숨겼는지가 그닥 설득력있게 설명되지 않는 등 전개도 아쉬웠어요. 대성공한 수십년 뒤 어려웠을 때 빌렸던 돈을 이자는 둘째치고라도 물가인상을 하나도 반영안한채 값겠다고 하는 뻔뻔함이 차라리 인상적이었달까요.
마지막 이야기 <싸리를 흔드는 비>는 마약과 관련된 나름 큰 스케일의 사건이지만 아니나다를까 소우 할머니가 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약간의 반전도 진부할 따름이었어요.

이렇듯 모든 작품에 "추리"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우 할머니 역시 행동력은 있지만 딱히 활약은 없고 그렇다고 안락의자 스타일의 추리를 보여주지도 않기에 탐정이라고 부르기 어정쩡한 캐릭터였고요. 미스 마플이나 제시카 정도를 기대한 제가 잘못이었을까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제 취향과는 맞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묘사에서 독특함은 분명한 만큼 이런 류의 따뜻한 일상계 힐링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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