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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1

R-Point - 공수창 : 별점 2.5점


1972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200명의 부대원 중, 혼자 살아 남은 혼바우 전투의 생존자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의 본대 복귀 요청은 철회되고, CID 부대장(기주봉)은 그에게 과실을 덮어주는 댓가로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린다.

작전은 6개월 전 작전 지역명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계속적인 구조요청이 오고 있었던 것. 그 흔적 없는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3일 후, 좌표 63도 32분, 53도 27분 _ 로미오 포인트 입구. 어둠이 밀려오는 밀림으로 들어가는 9명의 병사들 뒤로 나뭇잎에 가려졌던 낡은 비문이 드러난다.

不歸! 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 7일간의 작전이 시작되며 점차 소대원들에게 R-포인트의 끔찍한 과거와 그 과거에 얽힌 환상이 닥치기 시작한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별로 호러라는 쟝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을 의사 체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 부터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그래도 워낙 예고편이 멋졌고, 각종 사이트와 잡지에 올라왔던 설정 시놉만 가지고도 관심이 가던터라 개봉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보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기대치를 충분히 반영해 주듯, 괜찮은 부분이 많습니다. 6개월전 R-포인트에서 사라진 수색대원들과 R-포인트에서 계속되는 무전.... 그리고 여러가지 잔혹한 과거를 지닌 R-포인트와 흉가처럼 변모한 대 저택... 기묘한 현상들과 환상을 목격하는 소대원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한 서스펜스도 만만치 않아서 흡입력 있게 관객을 끌어 당기는 매력도 제법이라고 할 수 있죠. 중반부에 소대원들의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부분 (예고편에도 등장했지만 소대원이 한명 죽어서 현재원 9명이라고 보고하는 최중위에게 본부에서 "너희들은 출발할 때 원래 9명이었어!") 이나 최중위 (감우성)가 밤에 목격하는 프랑스 군의 묘지의 환상, 그리고 전력 공급차 방문한 미군 부대원들과 봉인된 무전실에 얽힌 비밀 등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니까요.
특히 유령의 시선을 구분한 촬영이나 미지의 영역의 존재들을 드러나지 않게 처리하는 부분, 별다르게 잔인한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충분히 전해주는 연출은 좋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멋진 소재와 설정을 호러라는 장르로 제대로 살려내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별로 무섭지가 않아요! 잔인함이나 무서움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며 관찰자 입장에서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긴 했습니다만 너무 평범하게 찍은 느낌이에요. 보다 공포스럽고 전율을 느끼게 할 만한 내용으로, 특히 흉가나 환상같은 것은 조금 더 오버해도 영화가 괜찮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또 유령들의 증오와 소대원들에게 닥치는 공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기가 약해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손에 피를 묻혀서" 라면 동기가 너무 약하잖아요? 특히 마지막 생존 병력에게 덥치는 유령들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진중사는 갑자기 왜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여자 유령은 왜 최중위 앞에만 나타나는지 무엇하나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영화는 끝나버립니다. 마지막에 무전기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전설의 고향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는 장면은 또 왜 나오는지....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싸구려 신파가 등장한다는 것도 감점 요소에요. 비교적 비중이 컸었던 한 실종된 소대원(카메라를 구해달라던)의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결론적으로, 공포영화라는 쟝르에는 아주 약간, 한 2% 정도 부족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국내 최초의 밀리터리 호러라는 수식어는 아깝지는 않고 충분히 흥행할만한 재미를 전해 주기 때문에, 인터넷 소설 영화나 수준낮은 코미디가 범람하는 한국 영화계에는 충분히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친구에게 영화 줄거리를 대충 설명해 줬더니 "일단의 부대가 미지의 모처에 들어가서 각자 환상을 보며 자멸한다.... 그거 스피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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