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모험 -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해문출판사 |
알라딘 할인행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동안 구입을 미루어 두었던 해문의 빨간책 아가사 시리즈 중 읽지 않았던 단편집을 전부 구입했습니다. 제일 먼저 읽은 것은 에르큘 포와로의 "헤라클레스의 모험" 입니다. 에르큘이라는 이름과 헤라클레스를 연결시켜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모험을 재구성하여 이루어진 작품집이죠.
- 네메아의 사자
- 레르네의 히드라
- 아르카디아의 사슴
-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 스팀팔로스의 새
- 크레타섬의 황소
- 디오메데스의 말
- 히폴리테의 띠
- 게리온의 무리들
- 헤스페리스의 사과
- 케르베루스를 잡아라
라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의 모험의 제목을 그대로 딴 12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와로가 12가지의 사건 (모험?)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이 중 비교적 괜찮았던 작품은 탈옥한 흉악한 죄수가 숨어든 고립된 호텔에서의 범죄를 다룬 4편 "에리만토스의 멧돼지"와 유전되는 광인의 피를 괴로워하는 젊은 청년과 그의 아버지의 비극을 다룬 7편 "크레타섬의 황소", 도난당한 루벤스의 그림과 실종된 여학생의 연관성을 다룬 9편 "히폴리테의 띠" 입니다. 트릭이나 설정, 전개가 무난한 편이고 추리적인 재미, 이야기의 전개도 깔끔하거든요.
강아지 도난 사건을 다룬 1편 "네메아의 사자"와 소문의 무서움을 다룬 2편 "레르네의 히드라", 한눈에 반한 금발머리 하녀를 찾아달라는 정비공의 의뢰를 다룬 3편 "아르카디아의 사슴", 저질 신문의 스캔들 폭로때문에 두려워 하는 정치가의 이야기인 5편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한 부자가 잃어버린 골동품 황금잔을 찾는 11편 "헤스페리스의 사과"는 소품 느낌이 강한 범작들이었어요. 비교하자면 다른 가벼운 소품 단편집이었던 "리스터데일 미스테리"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사기극을 보여주는 6편 "스팀팔로스의 새"와 8편 "디오메데스의 말"은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며, 사이비 교주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10편 "게리온의 무리들"과 포와로의 예전의 사랑! 백작부인이 깜짝 출연하는 마약범죄물 12편 "케르베루스를 잡아라"는 그야말로 최악의 작품들이었습니다.
특히 10편 "게리온의 무리들"은 신화와 최대한 비스무레하게 설정하려는 캐릭터들은 좋았지만 사이비 종교 교주의 살인 트릭이 여사님답지 않은 대충대충 느낌이 강해서 12편 중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제가 읽은 여사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사님의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신화에 끼워 맞추려는 억지성이 짙고 기대만큼의 재미와 트릭, 추리적 흥분을 가져다 주는 작품은 부족한 기대이하의 단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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