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들녘(코기토) |
초등학생 소녀 연쇄 폭행마를 수사하던 시키 경정은 경찰청 간부인 가지 경감의 아내 살인사건의 조사를 명령받고 심문관으로 참석하게 된다. 가지 경감은 13살의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아내가 알츠하이머 병을 보이자 아내를 목을 졸라 살해한 것. 시키 경정은 가지 경감의 범행을 심문하다가 살해 후 자수할때까지 이틀간의 공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이틀 사이 도쿄의 환락가 가부키쵸를 방문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틀의 공백을 시키 경정은 집요하게 조사하려 하지만 경찰청 내부에서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살해 후 방황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게 되며 시키 경정은 사건에서 강제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며 검찰청의 사세 검사 역시 경찰 내부의 음모를 파악한 뒤, 이틀의 공백을 밝혀내려 한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고위층의 거래로 이같은 시도 또한 무산된다.
한편 동양신문사의 나카오 기자는 가지 경감의 도쿄 행이 가부키쵸였다는 사실을 특종으로 터트리지만 경찰과 검찰의 거래로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과연 이틀의 공백기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스터리 부분 1위!", "영화화 되어 격찬을 받은 바로 그 작품!" 등등의 카피 문구에 혹해서 사게 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편 소설.
이 작품은 크게 아래의 5단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1단계 - 시키 경정이 주인공으로 가지 경감을 심문하는 내용
- 2단계 - 경찰에서 범인을 인계받은 사세 검사의 조사
- 3단계 - 동양신문 나카오 기자의 사건 조사 및 특종 발표
- 4단계 - 변호사 우에무라와 판사 후지바야시의 조사와 인터뷰, 그리고 재판 과정
- 5단계 - 교도소에 입소한 가지를 관찰하는 교도관 고가와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이 각 단계별 이야기는 각각 시작과 끝맺음이 확실하게 구성되고 있어서 연작 단편을 읽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각각의 단계마다 가지 경감을 조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각각의 인간관계와 과거, 생각들을 가감없이 투영하는 구조로 인물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단계별로 포커스가 확실한 편이라 큰 혼란 없이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며,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성격도 뚜렷하여 이야기별로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는 상당히 궁금하고 흥미진진했던 가지 경감의 수수께끼의 이틀과 "인생 50년"이라는 유언 같은 글귀의 비밀이 각 단계별로 서서히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의 내용만 밝혀진 채로 단계별로 주역 인물들만 바뀌며 이야기가 반복됨으로서 초반의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점점 가지 경감이 아닌 다른 주인공들로 옮겨가면서 뭔가 밀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도 불만스러웠고요. 시키 경정-사세 검사-나카오 기자의 3인방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그렇지만 상부의 압력에는 결국 굴복한다는 유사한 성격의 인물들이라거나 치사한 상사들의 묘사가 너무 평면적이고 천편일률적이라는 것도 감점 요소겠죠.
무엇보다도 이 책은 추리소설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었습니다. 사건과 수사라는 기본적인 형식은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애시당초 이 공백의 이틀에 관한 내용은 가지 경감의 자백 이외에는 수사의 단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묘사됨으로써 그 어떤 추리적인 가능성이나 상상의 여지를 불허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냥 추리작가가 쓴 정통 드라마...랄까요. 읽는 재미는 상당한 편이고 막판의 밝혀지는 비밀 역시 꽤 괜찮은 설정이라 생각되지만 정통 추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 이하일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예전에 추리소설인줄 알고 구입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이 연상되네요. 대체 어떻게 미스터리 부문 1위를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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