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포 -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
이름 그대로 4명의 인물 - 조직의 보스이자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는 중국인 리창옌, 자금을 대는 거부 미국인 에이브 라일랜드, 천재 여류 과학자이면서도 사악한 무기를 개발하려고 하는 프랑스인 올리비에 부인, 조직의 킬러인 전직 연극배우 - 을 중심으로 구성된 빅 포 (Big Four)라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포와로의 활약을 그린 단편집.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정복(?) 계획에 포와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리라 예상하여 포와로를 제거하려 하고 포와로는 헤이스팅스와 함께 힘을 모아 대결한다는 조금은 단순한 설정인데 각 단편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연작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사건은 행방불명 되었었던 영국 정보부원 메이얼링의 살해사건입니다. 메이얼링이 포와로에게 빅포의 위험을 알리다가 포와로 방 침대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며 살해당한 증거는 시계의 문자판으로 만든 "4"라는 숫자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정작 트릭은 범인이 "변장의 명수"였다.. 라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한 것이라 뭐라 이야기할게 없네요.
두번째 사건은 훼일리라는 빅포의 존재를 알고있는 노인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교묘하게 잘 짜여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범인이 진작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하인을 포섭하는 부분은 좀 억지스럽지만 영국의 여름 날씨와 푸줏간 주인을 연결하는 부분이 아주 괜찮았어요.
세번째 사건은 젊은 유망한 과학자 할리데이의 실종사건입니다. 빅포의 구성원 중 한명인 과학자 올리비에 부인의 정체가 폭로되는 부분으로 빅포의 하수인으로 포와로의 옛사랑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등장하는 등 연작의 전체 구성에 있어서는 중요한 작품이나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까웠습니다. 스파이 소설이나 모험 소설로 보는게 더 타당한 작품이었어요.
네번째 사건에서는 빅포의 나머지 멤버가 미국인 거부 에이브 라일랜드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헤이스팅스가 좌충우돌하는 내용이 거의 전부로 세번째 사건처럼 전체에 있어서는 중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는 것이 동일합니다. 한마디로 별로라는 이야기죠...
다섯번째 사건은 부유한 여행가 페인터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빅포가 페인터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페인터가 죽기 전 남긴 "노란 자스민"이라는 글귀를 토대로 범인을 알아낸다는, 어떻게보면 전형적인 포와로식 단편입니다. 이 책의 다른 사건들에 비해 추리적 가치가 비교적 높은 내용이라 그나마 마음에 든 편입니다.
여섯번째 사건은 러시아 체스 고수와 미국인 체스 고수의 시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입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단편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에서 거의 보기 드문 과학적, 기계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으며 살인의 원인과 동기도 매끄럽게 처리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일곱번째 사건은 헤이스팅스의 부인을 납치, 헤이스팅스로 하여금 포와로를 배신하게 하려 하는 빅포의 음모가 그려집니다. 그냥 뻔한 모험소설로 포와로의 "액션"이 등장하긴 하지만 건질건 거의 없는 최악의 작품이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 작품 중에서도 최악으로는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어요.
여덟번째 사건에서는 빅포의 킬러인 연극배우의 정체를 밝히려는 포와로의 치밀한 노력이 빛나는 편입니다. 외모와 행동에서 유출한 데이터만 가지고 끈질기게 추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모험소설적인 내용과 추리적인 부분과의 모범적인 공존 형태를 보여주고는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역시 마지막 부분이 많이 허무한 등 아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마지막 사건은 포와로의 죽음과 포와로의 쌍동이 형 아킬의 등장, 빅포의 회의장소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사투를 담고 있습니다. 쌍동이 형에 관한 반전은 괜찮았지만 빅포의 너무나 허무한 최후나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탈출이 "운이 좋아서" (물론 포와로의 준비는 있었지만) 가능했다는 등, 내용상의 헛점이 많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홈즈 시리즈의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는 모험물 스타일의 작품이었습니다.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포와로의 활약을 그리고 싶었던 크리스티 여사의 의도는 확실히 전해지고요. 그러나.... 포와로라는 캐릭터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 생각되며 빅포라는 악의 조직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설득력도 떨어지고 왠지 아동물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거의 "검은별" 수준입니다....)
괜찮은 아이디어나 트릭이 간간히 등장하고 여섯번째 사건 같은 경우는 상당한 수준으로 충분한 재미를 전해주긴 합니다만 괜찮은 아이디어들을 빅포라는 조직과 무리하게 연관 시키면서 무너져 버리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네요.
"부부탐정" 처럼 악당 조직은 중간 중간 별개의 이야기로 등장하고 아예 다른 내용으로 꾸며져 한권의 단편집으로 처리하였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여간.... 제가 읽은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중 최악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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