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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레드 스퀘어 - 8점
마틴 크루즈 스미스/영림카디널
책 표지와 "페리체"님이 제공해 주신 오리지널 "레드스퀘어

러시아의 형사부장 아르카디 렌코는 검사와 상층부가 관련된 밀수 사건을 파헤치다가 숙청당해 시베리아 어선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내던 중 러시아의 개혁, 개방 분위기와 함께 복직된다. 그리고 맡게 된 암시장 환전상 루디 로젠을 감시하는 임무 수행 중 루디가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찰청 장군 페니야긴, 렌코의 부하 야크마저 살해되자 렌코는 사건에서 밀려나게 된다.
루디에게 발송된 "레드 스퀘어는 어디 있나요?"라는 수수께끼의 Fax 메시지가 독일에서 발송되었다는 점, 그리고 루디의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독일인 보리스 벤츠를 찾기 위해 뮌헨으로 날아간 아르카디 렌코는 옛 연인 이리나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리나를 통해 사업가 막스 알보프를 만난 뒤, 그는 이 모든 사건이 러시아 미술품을 밀반출 하려는 거대한 음모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주의!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 3번째 작품. 1작인 "고리키 파크"와 2작 "북극성"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1작에서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다루며 결국 권력 상층의 밀수 사건을 적발해 내는 아르카디 렌코, 그는 원래 촉망받는 형사 반장으로 2차대전의 전쟁영웅 렌코 장군의 아들이라는 설정이죠. 허나 1작 사건 해결 후에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연인인 이리나의 미국 망명을 조건으로 혼자 소련에 남습니다. 당연히 숙청당해 시베리아 원양 어선 "북극성"호에서 일하게 되죠. 북극성호에서 발생한 여자 승무원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여 미국 어선과 얽힌 음모를 밝혀낸다는 것이 2작 "북극성"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북극성 사건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형사반장으로 복귀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냉전이 한창이던, 그래서 "철의 장막"에 둘러 쌓여 있던 소련을 배경으로 한 1, 2작과는 확실히 다른 것은 해빙 무드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던 고르바쵸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러시아, 체첸 마피아들의 음모에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얽혀있다는 식으로 전작들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훨씬 큽니다. 그러나 커진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핵심 이야기는 깔끔하게 전개되는 편이라 전작들보다도 오히려 읽기는 쉬웠으며, 첩보 스릴러물 비슷하게 여러 단체들의 암투와 그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번역이 가장 최신인 만큼 가장 잘 되었다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또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레드 스퀘어"라는 단어와 러시아 마피아의 관계에 대한 초, 중반부 수수께끼가 풀리는 반전이 굉장히 좋습니다. 유명한 장소인 "붉은 광장"이 아니라 러시아 현대 미술의 대작가 말레비치의 전설적인, 절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반전인데, 이 반전을 통해 전반부의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복선이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매끄럽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악역이 파멸하는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제 취향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역사의 큰 흐름이었던 "페레스트로이카" 당시를 배경으로 하여 러시아의 사회 실상을 치밀한 사전 연구 및 조사를 통해 르포 형식으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그 흐름에 휩쓸린 아르카디 렌코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격동의 역사 속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묘사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자면 고르바쵸프의 개방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쿠데타라는 실재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마피아 보스 보리스 벤츠와 알보프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식이죠.
아주 약간의 문제라면 보리스 벤츠가 보리야 구벤코였다는 반전아닌 반전이 책 옆날개의 캐릭터 소개로 밝혀진다는 것 정도에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최근의 흐름이기도 한 역사와 추리를 섞은 작품들이 대부분 공상과 허구에 기반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실제 시대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실감나는 묘사로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매력이 넘칩니다. 말레비치의 실제 생애와 역사를 절묘하게 조합하면서도 러시아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디테일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사전 조사와 구성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되네요.
전 3편에 달하는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편했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아마존을 뒤져봤더니 다른 시리즈도 있는 듯 하던데요, 냉소적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아르카디 렌코의 팬인 만큼 후속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길 소망합니다.

덧 : 말레비치에 대하여 - 카사미르 말레비치는 키예프 출신의 러시아 화가로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와 더불어 추상예술의 개척자이다. 처음에는 후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으니 나중에 M.F.라리오노프 및 러이사 전위파 시인들과 친교를 맺고, 쉬프레타티즘을 주창하였다. 1911년에는 ‘다디아의 책’이라는 그룹에 참가하여 러이아의 입체파 운동을 추진하였으며 12년 파리 여행후 레제풍의 기하학적 추상화를 발표하고 급속히 자기 방법을 발전히켜 12년 <흰 바탕에 검은 네모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어 원.십자가.삼각형을 추가하고, 그러한 기본형태에 의한 추상예술을 이론화하여 절대주의라 이름 짓고 15년 V.V 마야코프스키와 함꼐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형명직후 교수직에 임명되기도 했으니, 미술정책의 반동적 전환으로 상페테르부르크에서 자유를 잃은채 지냈다. 26년에 독일로 이주해 절대주의 선언을 상세히 설명한 <비구상의 세계>를 바우하우스를 통해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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