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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3

고스트웨이 - 토니 힐러먼 / 설순봉 : 별점 3점

고스트웨이 - 6점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민음사

나바호 족의 마을에 정체불명의 나바호가 나타나 그를 뒤쫓아온 또 다른 사나이와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나바호는 LA의 자동차 절도 조직에서 일한 앨버트 고먼으로 밝혀지나 그는 그의 숙부뻘 친척 호스틴 비게이의 호건(오두막) 근처에서 나바호 방식으로 매장된 시체로 발견되며, 호스틴 비게이는 실종된다.
나바호 부족 경찰 순경인 짐 치는 이 사건과 더불어 호스틴 비게이의 손녀인 마가렛 빌리 소시가 할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기숙사에서 빠져나온 사건을 병행 수사하는 와중에 자동차 절도 조직의 보스 멕네어가 고용한 살인 청부업자에게 폭행당하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다.
결국 짐은 이 사건이 맥네어의 범행을 증언하기 위해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숨어 있는, 살해당한 앨버트의 동생 르로이 고먼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인디언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추리소설 시리즈를 발표해 온 토니 힐러먼의 작품. 전에 "시간의 도둑"과 "카치나의 춤"을 이미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대로 기대하고 구입했는데 발표 순서는 더 앞쪽에 있는 작품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두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조 리프혼 경위는 등장하지 않고 젊은 짐 치 순경만 탐정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리프혼 경위보다는 젊고 행동적이면서도 명랑한 구석이 있는 짐 치를 보다 좋아했던 터라 읽은 순서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나바호, 크게는 인디언 사회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애정으로 이루어진 묘사도 변함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다른 시리즈에서는 여유가 조금 더 생겼는지 인디언 사회에 대해 약간 유머스럽게 그리는 부분도 있는데 이 작품은 초기작답게 일반적인 지식 나열에 그치는 부분이 많아서 약간 불만스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노래의식이나 매장방식, 기타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생활방식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물론 호스틴 비게이의 호건에서 벌어진 앨버트 고먼의 나바호 매장 방식이 이상하다는 것을 짐 치가 느끼고 조사를 하게 된다는 부분처럼 독특한 이색 소재를 추리적인 트릭과 잘 결합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이색 설정은 이색 설정에만 그칠 뿐인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은 최소한 설정과 이야기를 한데 어우른다는 점에서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죠. 나바호 부족 경찰 순경인 짐 치라는 캐릭터 역시 독특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있고요. 이런 점에서 짐 치라는 캐릭터에 대한, 나아가서는 인디언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또 추리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구성을 보여준다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자신만의 느리면서도 꾸준한 방식으로 집요하게 추적하여 수사하는 짐 치의 수사방법, 그리고 모아진 단서로 결론을 무리없이 이끌어내는 마무리가 아주 인상적이었거든요.

정교하게 맞물리는 구조, 특별하거나 기발한 트릭도 없고 싸이코 범죄자가 등장하지도 않고 엽기적인 연쇄살인도 벌어지지 않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넉넉함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미국 추리 문학계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잘 팔려서 후속작들도 계속 출간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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