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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3

헬보이 - 기예르모 델 토로 : 별점 2.5점


원작이 만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나 캐릭터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전혀 없이 보게 된 영화.

1944년, 2차세계대전에서 수세에 몰린 나치는 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고용, 지옥의 악마를 불러와 전세를 역전시킬 음모를 꾸민다. 라스푸틴의 염력으로 혼돈의 지옥신 자하드가 깨어나고 지옥의 문이 열리려 할 때, 연합군은 미리 정보를 입수한 덕에 간신히 저지에 성공한다. 간발의 차이로 지옥에서 지구로 불려온 헬보이는 B.P.R.D.(Bureau of Paranormal Research & Defence)를 설립한 브룸교수에게 인도되어 텔레파시 예지력을 지닌 양서인간 아베 사피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파이로-키네시스' 리즈와 함께 악에 맞서는 전사로 성장한다. 
60년후, 어둠 저편으로 추방되었던 라스푸틴은 추종세력에 의해 부활하고, 그가 창조한 '죽을수록 강해지는 지옥의 사냥개' 삼마엘과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는 부관 크뢰넨에 의해 온세계에 강력한 파괴와 종말의 기운이 퍼져나간다. 지옥의 문을 다시 열기위해선 헬보이의 파워가 꼭 필요한 라스푸틴은 리즈를 향한 헬보이의 사랑을 간파하고, 리즈의 목숨을 볼모로 헬보이에게 악마로서의 각성과 파괴신으로서의 재림을 강요하는데...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블레이드 2의 감독을 맡았던 감독이죠. 블레이드 2에서는 별 감흥 없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액션씬은 물론 디테일까지 잘 잡아내고 있어서 놀라왔습니다. 괴물들의 디자인이나 움직임도 상당히 리얼하면서도 멋지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헬보이라는 캐릭터로만 이루어진 캐릭터극이라 할 수 있는데 악마 헬보이가 아버지로 여기는 교수에게 인간적인 감화를 받아 스스로 뿔을 꺾고 인간을 위해 싸운다는 독특한 아이디어 부터 아주 마음에 드네요. 이러한 독특한 아이디어와 설정에 더해 론 펄만의 분장이 거의 필요없을 것 같은 완벽한 외모와 연기도 압권이고요. 정말 유머와 위트 넘치는 괴물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거든요. 특히 헬보이가 마이어스와 리즈의 사이를 의심해서 뒤쫓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죠. 그동안 슈퍼 히어로물의 캐릭터들은 궁상에 떠는 스파이더맨이나 인간세계에 동화하지 못하는 X맨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배트맨같이 다들 고민에 가득찬 어두운 인물들이 많았는데 안티 히어로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유머러스한 헬보이는 나름의 존재감을 충실히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지상에 지옥을 불러온다는 굉장히 쌈마이적인 설정에다가 이런 류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나찌를 결합시켜 왠지 촌티가 나며, 라스푸틴이라는 실제 있었던 거물 악당(?) 까지 끌어들여 뭔가 있어보려고 애쓰지만 사실 좀 아니올시다였습니다.
그리고 전편을 통해 가장 강한 악당인 크뢰넨 대령이 막판에 헬보이에게 제대로 걸리자마자 바로 죽어버린다던가, 애써 살아나 지옥을 불러오려는 라스푸틴이 허무하게 쓰러지는 등 끝 부분에서 뭔가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어요, 선-악의 대립을 강조하기 위해서 헬보이와 그가 속해있는 B.P.R.D을 보다 어필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냥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저멀리 러시아의 오지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 끝나버리는 느낌입니다. 단지 초능력자 3명만 보유하고 있는 특수조직이라니... 최소한 자가용 제트기나 비밀요새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그래도 상당히 유머스러우면서도 정통 안티-히어로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는 헬보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수작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만화 원작의 영화화로는 모범적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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