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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6

귀신이 산다 - 김상진 : 별점 1점


추석 개봉 영화들 중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차승원 영화는 기본은 항상 해 준다는 기대와 김상진 감독의 영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정이나 초반부 전개는 제법 그럴싸해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자기 집 갖기가 평생 소원인 주인공 박필기(차승원)가 드디어 집을 장만하지만 그 집에 귀신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 웃음거리도 충분하고 귀신과의 사투나 차승원이 대항하는 방법, 여러 자그마한 에피소드들이 볼만하거든요.

하지만 거기까지, 중반 이후 차승원이 우연히 번개를 2번이나(!) 맞고 식스센스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막나가기 시작합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디아이"를 소지하게 된 차승원! 귀신을 볼 수 있는 직장 상사 장항선의 충고와 도움으로 귀신 장서희를 오히려 데리고 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급속히 힘을 잃습니다. 일단 초반부의 강력한 장서희의 파워가 전부 사라져 버리며 이야기가 모순이 생기기 시작하며 후반부의 악덕 부동산 업자와의 한판 대결은 귀신들린 부동산 업자 부하들이 소림 무공인지 뭔지로 날라다니면서 화려한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남기남 류의 전개까지 보여주더군요.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마지막의 장서희가 남편의 유령과 승천하는 장면은 Ghost (사랑과 영혼)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베낀 어처구니를 물말아 먹은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막판 후반부는 졸음이 쏟아져 헤어나기 어려웠어요.
그나마 연기라도 좋았으면.. 싶지만 장서희의 연기는 그야말로 바닥 수준으로 몸서리가 쳐지네요. 거기에 CG와 특수효과는 왜 이리 후진거야?

한국 코미디 영화의 대부라는 김상진 감독의 작품 수준이 이정도까지 떨어지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이젠 한국의 왕정감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차승원이라는 괜찮은 배우를 데리고 이 정도 영화밖에 못찍었나 하는 생각에 아쉽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최근 제가 관람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쓰레기급입니다. 아니 역사상 가장 쓰레기 급 중 하나죠. 돈보다도 왠지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타들이 출연하는 추석 특집 TV극 수준의 작품으로 저만의 미스터리 영화 흥행 차트 ("색즉시공", "조폭마누라")에 추가되어야 할 영화입니다. 그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지인들의 관람을 힘 닿는대로 적극 저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정말이지.......도대체 왜 흥행이 잘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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