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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5

시실리 2Km - 신정원 : 별점 2점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들고 튄 석태(권오중 分)는 우연한 교통사고로 시실리라는 마을에 잠시 머물게 된다. 시실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를 확인하려 들어간 화장실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쓰러진 석태를 본 주민들은 석태의 코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 하나를 나눠 가지기 위해 석태를 안쓰는 방 벽에 묻어버린다.
한편, 조직의 명으로 석태를 쫒던 양이 (임창정 分)는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겨우겨우 시실리까지 당도한다. 자꾸만 부인하는 마을 주민들과 음산한 동네 분위기, 그리고 귀신 목격 사건으로 질겁하여 그곳을 떠날까 했던 양이는 현장에서 석태의 키티 양말 한 짝을 발견하고 석태가 이곳에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 석태의 시체를 찾아내고 다이아몬드를 전부 회수하는데 성공하나 다이아몬드를 보고 눈이 뒤집힌 농기구로 무장한 마을 주민에게 기습당해 궁지에 몰린 양이는 도망치다가 귀신 송이(임은경)과 친해지고 송이의 죽음과 마을 주민들의 과거를 알게 되는데...

이런 저런 일 와중에 시간이 남아서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된 영화입니다. 마침 흥행도 괜찮게 하고 있고 임창정이라는 배우는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선뜻 보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영화는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초반부의 석태가 벽에 묻히는 장면이나 양이 일당이 시실리로 쳐들어와서 벌이는 행각들, 석태가 묻힌 벽에 대못을 박으면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웃음의 조화는 대단하고 임창정의 칼잡이 양이 연기도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냅니다. 귀신 송이의 돌연한 출연과 그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그 공포스러운 상황을 코미디로 반전시키는 부분 역시 뛰어납니다.

하지만 양이 일당이 다이아몬드를 찾아내고 마을 주민들이 습격하는 중반이후부터 영화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비록 농기구로 무장했고 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조폭들이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송이의 과거를 양이가 알게되면서 신파조로 갑자기 돌변하는 전개가 심하게 당황스럽습니다.(거기에 그 음악이라니!)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귀신 송이의 빙의 작전과 마을 주민과의 한판 승부를 가장 싼티나게 찍은 연출이나 다이아몬드를 삼킨 양이의 배를 가르려던 마을 주민들이 양이의 말 몇마디에 서울 금고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서는 부분에 이르면 역대급 쓰레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평화로운 마을의 주민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사악한 존재들이었다... 라는 테마는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으며 긴장과 공포, 웃음을 함께 가져다 주는 이야기 진행도 비교적 깔끔한 편이었지만 제작사의 의도였을까요? 중반 이후의 예상가능하면서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뻔하고 유치하면서도 싼티나는 전개로 영화의 재미와 밀도가 뚝 떨어져 버려 아쉽습니다. 조금 더 잔인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더라면 한국 영화사에 길이남을 보기드문 컬트 무비의 반열에 올랐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만들다 만 영화"일 뿐이네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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