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4/09/19
슈퍼스타 감사용 - 별점 4점
1982년 삼미에서 제 6구단을 창단해 프로야구에 가입하던 해, 삼미 특수강 주임이던 감사용은 테스트를 거쳐 왼손이라는 이유로 "파견"형식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로 합류한다. 그러나 국가대표 한명 없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개막 이후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 팀으로의 이미지만 심어주며 감사용은 주로 "패전"처리용 투수로만 기용된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이던 OB베어스의 박철순 투수의 20연승 기록 경기에서 감사용은 자청하여 선발 투수로 나선 뒤 박철순과 경쟁하듯 완투한 끝에 여러 선수들의 도움으로 3-2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의 상황을 맞게된다....
이 영화는 국내 영화로는 최초로 국내 프로 야구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특히 82년 창단 당시 부터 최약체의 이미지를 가지며 야구 팬들에게는 동정을 넘어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름도 이미 잊혀진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죠.
일단 프로야구의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현재까지 그 이름이 전해지는 스타들의 이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클라이막스까지 당대 최고 스타로 군림하는 "박철순"선수를 비롯해서 당시 MBC의 백인천, OB의 신경식, 윤동균, 김우열, 삼미의 양승관, 인호봉, 금광옥 등 추억의 스타들이 대거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삼미의 에이스로 알려진 "인호봉"선수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무척 돋보입니다. 억지 웃음이나 과장이 아니라 연기와 장면이 하나가 되는 자연스러운 유머들이라 더욱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 전개도 굉장히 전통적이지만 자연스럽고 음악의 선정도 좋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주인공 감사용 역의 이범수를 비롯, 가족과 선수들 모두 과장되지 않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혁재도 배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고요. 뭐 개인적으로 팬이었던 박철순 역의 공유는 약간 불만이었지만.... ^^ (해설자 역으로 깜짝 출연한 이병훈 씨는 "외인구단" 에서 하일성 씨를 연상시키더군요)
무엇보다 감사용의 주변인물들, 특히 어머니와 형을 중심으로 따뜻한 에피소드들을 절묘하게 조합해서 후반부의 가슴 뭉클한 장면까지 끌어내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단점도 곳곳에 보입니다. 우선은 프로야구 팬으로서 잊혀진 인물에 가깝던 감사용 선수와 삼미 슈퍼스타즈의 선수들을 부각시킨 점은 높이 사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과장과 각색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래서야 오히려 당시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에요. 실제로도 거의 유일한 스타였던 양승관 선수가 돌출행동을 했다던가.. 하는 기록은 전혀 볼 수 없거든요. (오히려 팀 분위기는 좋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극적 전개를 위해서라지만 박철순 선수의 20연승을 저지하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첫승을 위한 경기를 책임지는 감사용 선수의 모습도 분명 허구에요. (실제 16연승째에 등판했다고 알고 있고 그 경기에서 완패했다고 합니다) 중반부에 1승을 추가하고 갑자기 한국 시리즈 우승이나 한 듯이 즐거워 하는 삼미 선수들의 모습 또한 어색했습니다. 7회에 금광옥의 투런홈런으로 역전하는데 그 이후 편집이 잘못되었는지 감사용이 병살 처리를 하는 장면이 2번이나 등장하는 등, 아웃 카운트 계산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 것도 옥의 티입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압권은 마지막 자막! 감사용 선수가 대망의 1승을 바로 다음 연도에 롯데를 상대로 기록하고 삼미가 전기 리그 (당시는 전-후기 리그로 나누어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2위를 차지했다는 자막은 흡사 감사용 선수가 다음해부터 엄청난 활약을 보여 삼미가 2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죠...^^
그래도 비교적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잘 짜여진 각본을 토대로 괜찮게 만든 스포츠 영화임에는 불구합니다. 예전의 그 어떤 국산 영화보다 야구 장면을 잘 재현한 실제 시합 화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재미도 있지만 감동도 있으며 무엇보다 감사용이 비록 패전 처리만 하며 일생 일대의 기회에서도 결국 패배하게 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모습이 패배라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나온 자막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투수는 총 758명, 그 중 1승 이상 거둔 투수는 431명입니다"가 가장 가슴에 와 닿네요.
80년대 복고 바람과 히트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영향으로 기획, 제작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만 국내 프로야구도 20년이 넘고 그동안 배출했던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만큼 이제 이런 영화들이 슬슬 나와줄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의외의 인물이 먼저 영화화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제작되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야구 팬으로서, 무척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별점은 4점. 이 영화가 꼭 대박을 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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