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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2

그림자 없는 범인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 사카구치 안고 외 : 별점 2점

그림자 없는 범인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 4점
사카구치 안고 외/유페이퍼

장르문학 전자책 전문 독립 출판이라는 미증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페가나 북스의 책. 현재까지는 페가나 북스 최대의 베스트셀러 (페가나 북스 자료 참조)라고 합니다.

저자 사후 50년이 지난 퍼블릭 도메인 작품들을 모아 놓은 작품집으로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실려있는 작가의 면면은 <불연속 살인사건>의 사카구치 안고, <도구라 마구라>의 유메노 큐사쿠, 나오키상 수상작가 히사오 주란, <연애곡선>의 코사카이 후보쿠, <혈액형 살인사건>의 코가 사부로입니다. 이 정도면 꽤 화려한 편이라 할 수 있죠.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사카구치 안고의 <그림자 없는 범인>은 마에야마 이사쿠라는 재산가의 죽음 뒤 벌어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좌충우돌 군상극입니다. 그런데 누가 진범인지도 드러나지도 않는 등 사건만 있고 추리의 과정이 없어서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좀 더 과장되게 묘사했더라면 시대를 앞서간 괜찮은 블랙코미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범죄소설도 아니고 풍자소설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유메노 큐사쿠의 <S곳 교살사건 서양부인>은 기이한 상황에서 벌어진 문신녀 마리 부인 살인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나가는 내용으로 그로테스크한 범행 현장, 종잡을 수 없는 증언, 명탐정 이누타 박사의 등장 등 고전 정통파 분위기를 한껏 내 주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밝혀진 진상이 영 아니라는 점과 추리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비현실적이면서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문신은 설득력없는 설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도구일 뿐이고 (비밀정보를 숨기기 위한 문신이라는 설정이 과연 말이나 될까요? 어떤 멍청한 정보원이 핵심 증거를 몸에다 새긴답니까?) 수수께끼의 핵심인 토사쿠 노인의 증언 - 보름달을 보았다 - 은 단지 각성상태에서의 착각일 뿐이라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이런 점을 전부 걷어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작품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세번째 작품인 히사오 주란의 <곤충도>는 변격물 분위기의 초단편 호러 판타지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오싹한 맛을 전해주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 외에는 너무 짧아서 별로 이야기할 건 없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네번째 작품인 코사카이 후보쿠의 <바보의 독>은 정통 추리 단편으로 잘 짜여진 설정과 복선에 의외의 반전까지 등장하는 통쾌한 소품입니다. 오쿠다 부인이 급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을 놓고 부인의 아들인 켄키치, 야스이치에게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게 전개하다가 부인 죽음의 진상과 야마모토 의사의 살의를 밝혀내는 결말이 아주 깔끔하거든요. 야마모토 의사가 켄키치의 연적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밝히는 것이 약간 반칙같기는 하나 그 외에는 완벽한, 좋은 의학 미스터리물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별점은 3.5점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코가 사부로의 <호박 파이프>로 이전에 읽었던 <혈액형 살인사건>에도 수록된 작품입니다. 작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링크로 대신합니다. 별점은 역시나 2점.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코사카이 후보쿠의 <바보의 독> 한편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되기에 초창기 일본 추리문학에 관심있으신 분들께서 권해드리고 싶네요.
물론 단편 5편 (그중 1편은 초단편) 수록된, 일반책으로 친다면 문고판 100여페이지짜리 전자책 가격이 2,000원 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 같긴 하나 최소한 저는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우려했었던 번역 문제도 크지 않았으니 만족합니다.

덧붙여 페가나 북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는데 첫번째로 출판사명으로 책들이 검색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알라딘에서는 유페이퍼가 출판사로 잡혀 있어서 검색이 안되더군요. 두번째로는 네이버북스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으면 하고요.
마지막으로 국내 장르문학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페가나 북스의 도전이 성공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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