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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39 : 별점 3점

 

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39 - 6점
모던일본사 지음, 한비문 엮음, 윤소영 외 옮김/어문학사

일본 출판사인 문예춘추사에서 1930년 10월 창간한 월간잡지인 「모던일본」의 조선특별호인 '조선판'을 완역한 책. 천편일률적인 일본인의 조선인식을 비판하며 보다 폭넓은 조선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책이라고 합니다.

일단 당대 가장 인기있던 잡지를 그 모습 그대로 번역, 재현한 유니크함이 돋보입니다. 폰트와 지질(紙質) 외의 모든 것, 실려있는 컨텐츠는 물론 광고 하나까지도 모두 그대로에요.
내용은 소설, 사설, 보고서, 기행문 및 수필과 콩트에 만화와 기타 읽을거리 등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어서 그야말로 "잡지"라고 느껴지는데 이 중 보고서와 사설들은 내선일체론 강요가 본격화되던 시점인 탓에 도무지 평가가 불가능하더군요.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이외의 가치는 전무했어요.

그러나 재미 위주의 읽을거리는 깨알같은 재미가 가득합니다. 당시 아이돌 걸그룹 급의 인기가 느껴지는 기생들의 화려한 화보에서부터 시작해서 소설, 조선에 대한 기행문과 수필, 각종 좌담회와 인터뷰, 많은 사진과 만화 등의 시각적 자료들, 광고들에서 당대의 '모던함'을 한껏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기생에 관련된 것, 그 중에서도 평양 기생들을 대상으로 한 좌담회와 조선의 당대 명사들을 다룬 기사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문맥과 표현을 통해 시대상황을 추측케 하는 것들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평양을 무대로 한 기행문과 단편 소설이 많은데 읽어보니 대부분 평양이 '기생'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던가, 임질약 광고가 많다는 것에서 성병이 정말 널리 퍼져있었다는 것을 짐작케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거의 대부분의 삽화가 기생 (이나 기생을 연상케 하는 여인)의 그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의 최대 관심사는 결국 '기생' 이라는 것도 잘 알 수 있었고요.

허나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첫번째는 분명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잡지였을텐데 일반 국내 도서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물론 읽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만 일부 만화 등은 약간 불편하더라고요.
두번째는 주석이 방대한데 모두 미주로 실려 있다는 것도 문제에요. 각주로 처리한다면 원래 잡지 모습 그대로를 구현한다는 컨셉에서 위배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읽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두께가 500 페이지가 넘는데 책 자체의 완성도가 그닥이라 벌써 중간부분의 제본이 벌어져 버렸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어요.

그래도 소장해서 읽어도 될 정도로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뛰어난 책이라 생각되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1939년의 식민지 조선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구태여 볼 필요도 없는 옛날 잡지일 뿐이겠지만 당대 조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다른 잡지들, 예를 들면 <선데이 서울>도 이렇게 복간(?)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심있는 출판사들의 많은 도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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