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페이지 미스터리 -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포레 |
초단편 장르문학은 엘러리 퀸의 '미니 미스터리'나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처럼 기존에도 있던 장르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전 작품을 단 4페이지로 완결한다는 아이디어로 초단편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색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호시 신이치, 아토다 다카시의 쇼트쇼트 작품은 짧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었는데, 여기 수록작들은 '4페이지'라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길이와 상관없이 수준 이하의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형식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나칠 정도로 반전에 의지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점의 변화, 우연이 겹치는 급작스러운 상황, 어처구니없는 오해 등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집니다. 내용의 설득력도 부족하며, 별다른 묘사 없이 화자의 심리묘사나 대화만으로 진행되는 전개 탓에 뒤로 갈수록 지루해집니다. 트릭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 많지 않았고요.
물론 워낙 실려 있는 작품이 많기에 건질 만한 것도 있습니다. 변장 알리바이 트릭을 다잉 메시지를 통해 파헤치는 정통 도서 트릭물 "최후의 메시지", 나름 서술 트릭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록 온", 실종된 아버지와 신원불명의 시체를 연결시키는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등은 기획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지는 수작입니다. 그러나 60편 중 이 정도라니, 비율로 따지면 너무 낮네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나, 이런 작품 100편을 읽느니 완성도 높은 400페이지짜리 작품 한 편을 읽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전체적인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 출간 이벤트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4페이지 미스터리를 공모했는데, 그쪽이 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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