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굴레 - 한동진 지음/북홀릭(bookholic) |
그간 격조했습니다. 뜻밖의 집안 공사 관계로 외지를 떠돌다 보니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 다들 안녕하셨나요? 이번에 리뷰할 소설은 바로 "경성탐정록" 후속작이자 두 번째 이야기인 "피의 굴레"입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제가 원안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제가 첫 아이 출산과 이직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원안을 맡았다고 소개되기에는 부끄럽네요.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제 비중은 많이 줄었습니다.
어쨌든 작품을 소개해 보자면, 첫 작품 "외과의"는 범인의 일기 형태로 전개되는 독특한 1인칭 도서 추리물입니다. 형이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작은 고모부의 경험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집필한 작품이지요. 범인 시점에서 하나씩 단서가 밝혀지며 심리적으로 쫓기는 묘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상을 증명해낸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범인의 심리 묘사와 과학적 증명의 조합은 에도가와 란포의 "심리시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작품 "안개 낀 거리"는 이전에 "무가"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미두 시장의 거물 신타로 살해 사건을 설홍주가 풀어나가는 과정이 당시 조선의 사회상과 맞물려 전개되는데,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작품입니다. 사실 제 오리지널 시놉은 정통 추리물 형태였는데, 형이 피해자 설정만 가져와 재창조했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필립 말로우 스타일에 가까운데, 주인공 이름이 '마노우'였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네요.
세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피의 굴레"는 원래 장편으로 완성했으나, 학산출판사 담당 편집자의 의견에 따라 지금의 형태로 개작되었습니다. 원래의 장편 느낌이 좋았었기에 다소 아쉽지만, 현재의 형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고안한 트릭만큼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설정 및 시대적 배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니까요. 빠른 전개 속에 연극, 여배우, 사진관 등 당대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팩션 느낌도 전해줍니다. 때문에 한국 추리문학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정통 역사 추리물이라 감히 자부합니다.
마지막 작품은 비교적 소품 느낌이 강한 "날개 없는 추락". 제가 쓴 시놉을 형이 마음에 들어 해 거의 그대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정교한 트릭 없이, 단서를 통해 진범을 추리하는 과정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추리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쾌한 단편이지요. 마지막에는 잘 알려진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까지 등장하며,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5점! 제가 직접 참여한 작품이라 5점을 주는 것이 막장일까요? 하지만 누구에게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라 자신합니다. 최근 부흥하는 국내 창작 추리소설계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